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겨울이 다가오면 우리네 살림살이는 겨우살이 준비로 김장을 하곤 한다. 예전에는 김장을 참으로 어렵게 하였다. 배추와 무를 뽑아서 씻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하여 김장김치를 만들었다. 요즘은 절임배추를 사서 담그고 아예 김장김치를 사시사철(四時四-) 사서 먹기도 한다. 변화무상(變化無常)한 세상은 편하고 살기 쉽게 변해 간다. 옛날은 김장을 하면 땅을 파서 김칫독을 묻고 춥지 않게 볏짚으로 토광을 만들어 김치냉장고와 같은 효과를 빚기도 하였다. 그리고 짠지라고 불렀던 김치가 있었고 김장김치와 함께 만들었는데, 김장김치이긴 하나 모든 것이 귀한 시대이다 보니 매우 짜게 만들어 김장김치를 짠지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짠지와 김장김치는 조금 다르다. 다른 집 김장김치는 맛있는데 우리 김장김치는 너무 짜서 짠지라고 부르는 줄 알았고, 오랫동안 조금씩 두고두고 먹었다. 오늘은 짠지와 겨우살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짠지란 무엇인가? 짠지는 무를 통째로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김치로 김장 때 담가서 이듬해 봄부터 여름까지 먹었다. 고려 후기의 문장가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무를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짠지는 우리가 먹는 김치 중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고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이 먹었던 음식 중에 장아찌도 있었다. 장아찌와 짠지는 모두 염분을 이용한 절임식품이다. 장아찌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오랜 기간 숙성하여 먹는 밑반찬 등을 말하며, 짠지는 무를 절여 만든 절임김치의 일종이다. 어른들이 장아찌와 짠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던 습관이다. 지금은 잘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김장철이면 김치와 더불어 짠지를 만들었다. 어른들은 대부분 짜게 절인 음식을 장아찌가 아닌 짠지라 불렀고 이런 말이 널리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세계 5대 장수식품 중 하나인 김치란 무엇인가? 김치란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를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 시킨 음식이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醱酵)식품으로 가정에서 만들어 온 국민이 주요 부식(副食)으로 먹는다. 김치는 지역과 재료의 종류 및 담그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김치는 카로틴 식이섬유(Dietary fiber) 페놀성 화합물(Phenolic compounds)과 같은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항암 고혈압 예방 등의 효능이 있다.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만든 음식은 침채(沈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김치 중국 파오차이 일본 스케모노 서양 피클 등이 침채류 식품이다. 허나 우리나라 김치는 다른 나라 침채류와 달리 두 번 발효시킨 특허 음식이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Kimchi)를 국제 전통음식으로 공인하고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였다. 김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소화가 쉽고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김치는 건강이나 맛이 세계 으뜸이다. 김장김치와 더불어 찰떡궁합인 수육(獸肉, Boiled Beef, Pork Slices)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삶은 것으로 숙육(熟肉)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흑돼지고기 수육을 도마 위에 올린 채로 잘라먹는 돔베고기가 유명하며 돔베는 제주도 방언으로 도마이다. 겨우살이란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낼 옷가지나 양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날씨가 춥고 쌀쌀해지면 김장과 연탄 등으로 겨우살이에 대비 하였다.

입동이 10여일 흐르다보니 한반도에도 국지적으로 첫눈이 내리고 멋진 빛깔을 뽐내던 단풍은 머금었던 색깔을 토해 떨어뜨리고 겨우살이 채비를 한다. 지난 주 에는 한파주의보와 겨울비 우박도 내렸다. 이제는 겨울이구나! 겨울을 나기 위하여 겨울준비로 김장김치도 하고 겨울옷도 꺼내고 겨우살이 준비를 한다. 겨우살이 준비가 되면 아무리 추운 겨울도 따스하고 포근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더불어 이제는 하늘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한 한 겨울의 짠지 장아찌 그리고 김장김치도 생각난다. 너무 짜기만 한 세월을 수이 보내고 떠난 부모님도 그립고 행복했던 그 시절이 회상되기도 한다. 짜서 짠지라고 생각한 것이 그리워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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