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장인철 기자]태안군 원북면 학암포해수욕장에 친일 행적 시인인 미당 서정주(1915∼2000년) 시비를 세우기로 한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학암포 서정주 시비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열)는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적 등을 문제 삼아 시비 건립을 반대한 분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어 "앞으로 학암포 종합개발계획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안군 관계자도 "추진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추진위는 서정주가 1956년 학암포를 찾아 '학'이란 시를 쓴 것을 기념하고, 학암포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연말까지 군비 2000만원을 들여 높이 2m, 폭 1m 크기의 시비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태안참여연대 등 지역 1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정주 시비 건립 반대 태안군민 모임'을 결성하고 태안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시민사회단체는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친일 행적이 뚜렷한 서정주 시비를 철거하는 마당에 태안군이 뒤늦게 시비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군은 해당 사업을 철회하거나, 독립운동을 한 다른 시인 시비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해 왔다.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창씨 개명한 이름으로 친일작품을 발표한 시인으로,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친일 인사로 수록됐다. 태안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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