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동양일보] 지난 세기 동안 우리나라 국토 발전은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경부축의 원형이 되는 경부선은 1901년 경부철도주식회사의 설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02년 말까지만 해도 북부 51.5km 남부 53.1 km만 완성될 수 있었지만, 러일전쟁에 따른 군사적 필요로 인해 일제는 서둘러 공사를 강행하여 1904년 12월 27일에 전 구간을 완공하게 된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 소리에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는 기차가 조그마한 딴 세상을 절로 이뤘다’라는 최남선의 경부철도가는 경부선 철길을 달리는 기차에 대한 당시 민중들의 놀라움을 보여준다. 비록 일제의 침략 수탈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부선이었지만 해방 이후 경제발전 및 물류의 대동맥으로서의 역할을 지금껏 수행해 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의 철도망은 서울을 중심으로 경부선-경의선, 호남선-경원선이 교차하는 X자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분단 이후 모든 철도가 휴전선에서 끊어짐으로써 상대적으로 충청권과 강원권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산업화 이후 기존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다 보니 경부축으로 국가 자원이 치중되어 국토 개발의 불균형과 이에 따른 지역 격차가 심화되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경부축의 면적은 6만 774km2, 강호축의 면적은 5만 4353km2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부축의 인구는 약 4,530만명, 강호축은 1,244만명으로 3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산업·농공단지 수 역시 경부축 559개, 강호축 285개로 큰 차이가 난다.



강호축은 2014년 충청북도에서 처음 제안된 것으로 그동안 지역적으로 낙후 소외된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존의 서울 중심 X자 축을 각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X자형 교통망을 말한다. 현재까지 강호축 사업의 핵심은 충북선 철도고속화를 중심으로 전라남도 목포에서 강원도 제진까지 연결되는 고속화 철도망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2019년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식에서 2019년을 강호대륙(江湖大陸)의 해로 정하면서 도정의 최우선 목표를 강호축 개발에 두고, 강호축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강호대륙의 큰 꿈을 그려나가자고 한 바 있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통해서 충북경제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40조 원 투자유치 목표와 함께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산업기반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을 밝혔다. 이 같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지자체와 대학 간의 협력이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6일 교육부총리가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역혁신을 위해 지자체-지역대학 기반의 지역 단위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지역별 여건과 실정에 맞는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는 그간 지역대학에 대한 부처별·분야별 분절적 사업 운영으로 인해 지역발전과 연계한 지역 중심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지자체 주도로 지역산업 진흥계획에 맞는 지역산업 및 지역 교육 혁신을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수립·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강호축 중심의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이같은 지자체-지역대학의 혁신 플랫폼이 필요하지만 충북도의 노력만으로는 강호축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충북도는 이미 충주의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 청주의 바이오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기 조성 중인 강원도 원주의 의료기기 국가산단과 의료기기 테크노벨리를 연결하면 강호축 중심의 바이오벨트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충주, 제천, 원주, 횡성 소재 70여개의 중부내륙권 수송기계 부품산업 광역 클러스터 역시 강호축의 주력산업이 될 수 있다.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을 혁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여 지역교육과 지역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강호축 개발을 통한 지역 혁신은 물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노력은 물론 지역민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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