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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동양칼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11.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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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지난 7월 “한국 같은 선진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라” 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이 궁지에 몰렸다. 그로부터 석 달 뒤 10월25일 우리정부는 공식적으로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그러자 개도국 지위에 따른 보호관세와 보조금 혜택을 받아 온 농업계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반발 여론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되자 ‘한국이 선진국인가’ 하는 여부의 논쟁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 되는 선진국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①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1996년에 가입했고 ② IMF 는 1997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국가에 더해 한국도 선진 경제국가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③ 20세기부터 통용된 선진국 기준인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도 2018년 달성했다. ④ 수출‧ 수입량이 전 세계 무역량의 0.5% 를 차지하는 경우에도 개도국이 아닌데 한국은 이 조건에도 해당된다. ⑤ 세계 강대국 G7을 확대 개편한 세계경제협의기구 G20에도 가입했으며 ⑥ 단순히 소득 외에 UN이 발표한 ‘삶의 질’을 측정하는 인간개발지수에서 ‘매우 높음’ 에 속한다. ⑦ 2016년에는 OECD 멤버 중에서도 최고 선진국 모임으로 통하는 파리클럽 (국제채권국- 다른 나라에 돈을 많이 빌려준 부자 나라의 협의체)에도 가입했다. 이상의 선진국 기준으로 볼 때 하드웨어에서는 분명 선진국이지만 높은 자살률과 긴 노동시간 ‧ 노동생산성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선 선진국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농업 분야는 아직 많이 취약하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농업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덕에 쌀이나 마늘, 고추 등을 수입할 때 300∼60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농산물 가격 유지를 위해 농가에 지원하는 보조금도 예외 적용을 받아왔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이상 농산물 수입 관세와 보조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동차 관세 결정과 한·미 방위비협상에서 불리해지고 한· 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 되돌리기 등 미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다.



또 최근 경기북부 지방을 휩쓴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지역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 하는 방식을 써 연천군의 경우 18만 5000 마리를 무차별 살처분 해 매몰했는데 이것은 경제적 손실이 클 뿐 아니라 매몰지 확보 등 대책이 부실해 침출수 유출과 악취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가 되었다’ 고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그런데 모처럼 전문가인 서울대 식품동물 생명공학부 김유용 교수는 벨기에서 지난해 9월9일 멧돼지 3마리에서 발생한 ASF에 대한 처리 방식을 소개했는데 거기서는 발생한 장소를 중심으로 약 1800만평의 지역을 감염지역, 위험지역, 경계지역으로 세분하여 9월26일부터 10월3일까지 감염지역과 위험지역에서만 총 2730마리의 멧돼지를 안락사 시켰고 그중 809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런 빠른 대처로 해당 지역의 67개 양돈장에서 사육하던 5000여 마리는 안락사 시킨 돼지가 없었다. 벨기에는 법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국가나 지자체의 세부적 준비가 잘 되어 있고 그 매뉴얼대로 진행한다. 우리는 매년 구제역, 조류인플렌자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대응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 분산돼 비효율적이다.

개도국 포기에 따른 농업분야의 위기와 ASF 발생 시 무모한 살처분 등의 비효율적 대처는 그동안의 우리 산업이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 철강, 토목, 건축 등 다른 산업에 지나치게 치우쳐 농‧축산업은 관심 밖인데서 온 결과이며 또 문제 발생 시 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당분야 전문가 보다는 정치인들이 임기응변식으로 처리하는 모순이 없어져야 한다.



농‧ 축산물 수입 개방 문제는 WTO 의 전신인 GATT시절인 1986년 9월 우루과이회의(소위 우루과이 라운드) 때부터 대두 되었는데 그 후 33년간 별 준비 없이 미루어 오다가 오늘에 이르고 보니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먹을 것을 공급하는 농‧ 축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망각하고 제대로 된 정책 없이 일이 터지면 방황하는 모습이 꼭 그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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