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민주당 내 주류인 386운동권의 대표 주자 격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당 최연소 3선(選)인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정도로 지역구 관리가 탄탄하다. 전도유망한 두 사람의 이력 때문에 이번 불출마 선언이 지지부진한 여야의 쇄신 움직임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물갈이론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현역 의원의 불출마나 물갈이가 정치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기력한 고령 의원들이 물갈이되고 참신한 신진 인사들로 채워지는 건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나이만을 기준으로 하는 획일적인 물갈이론은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발상이다. 경륜을 갖추고 의욕 있게 의정 활동을 펴 온 다선의원까지 고령을 빌미 삼아 도매금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나이가 많은 의원이 아니라 사고가 낡은 의원이 물갈이 대상이다.

현재 정치권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면 대대적인 물갈이는 불가피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부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수순을 밟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사람부터 바꾸려 드는 데 올인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성 있는 쇄신 노력을 먼저 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내용 면에서도 젊은 의원들이 어른들을 내쫓아서 정치권을 환골탈태로 포장하려는 행태나 다름없어 별로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선의원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선 의원이 되기까진 어쨌든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충남지역 한 국회의원은 현재 충청권 의원들 가운데 초선 비중이 50%를 넘는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30%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만약 중진의원들이 물갈이 된다면 충청권의 정치력 약화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초선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지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결국 인위적 물갈이보다 지역유권자의 여론이 반영된 절차를 거친 공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이 젊고 활기차게 변모하려면 노쇠한 의원들부터 교체하는 게 합당하다. 그들은 정치 혁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신진 인사들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게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의원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다선의 고령 의원들도 있다. 젊어도 낡은 사고와 행태에 젖은 의원들도 분명히 있다. 그들이 교체 순위에서는 오히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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