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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국내외 정치인들의 금도(襟度)
풍향계/국내외 정치인들의 금도(襟度)
  • 동양일보
  • 승인 2019.1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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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한반도 주변정세가 시끄럽다. 국외적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총리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하여 지난 28년간의 혈맹관계와 협상의 틀을 깨고 비상식적으로 과도하게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려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레드라인(주한미군감축)’을 직·간접으로 거론하며 현재보다 6배가 넘는 50억 달러 증액이라는 강수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첫 케이스가 한국이고 2021년에는 일본과, 그 다음에는 독일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으로 증액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하려는 속셈인 것 같다. 미국이 한미 분담금 회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결례를 저지르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미국 이익우선주의를 내 걸고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쌓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의 세계의 경찰 내지 평화의 십자군 및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방기 내지 배척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유지되어온 혈맹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은 ‘부자 나라’이니 무임승차(free-ride)하려 하지 말고 대폭 증액된 분담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틀 내에서 점진적(incremental) 증액만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비하여 터무니없는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미국은 그동안의 ‘세계평화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안보장사’를 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과 일본은 이웃사촌의 나라인데도 선린이 아닌 악린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35년간의 침략의 역사 및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성의 노예로 삼은 천인공로 할 인면수심적 만행에 대하여 끝내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는 비인권적 행보를 계속하는 일본은 지난 8월 2일에는 한국에 대하여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 화이트리스트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단행하였고 한국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써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되었고 한미일 안보동맹관계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거기다가 일본의 아베총리는 22일로 마감되는 지소미아 종료시한을 앞두고 한국을 향하여 “현명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라는 국제적 예의에도 어긋난 경고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다행히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설득, 한국의 대승적 양보로 조건부연장(심폐소생)을 결정함으로써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국정최고책임자들이 ‘눈에 뻔히 보이는 길’을 놓고 금도(襟度)에 벗어난 소승적, 소아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량이 없고, 미성숙하며, 자국 이기주의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들은 국내에서도 예외없이 전개되고 있다. 여야 간, 정당 간, 진영 간 등에서 볼썽사나운 막말이 오가며 도리, 예의, 질서 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비하적, 폄하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고 형님, 아우 등으로 호칭하며 전우애, 동지애 같은 끈끈한 정을 자랑하면서 세월을 보내온 사람들이 그것도 국가와 사회 및 정의와 대의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단심(丹心)으로 살아온 ‘너와 나의 사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철천지원수 사이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세월을 한 참 올라가서는 ‘대통령 입을 재봉틀로 꿰매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도자인가. 김정은의 대변인인가’, 미친 X 등의 속어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뱉어지고 있다. 요즈음은 국회선거법 신속처리법안, 공수처법 처리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불퇴전의 대결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추운 겨울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에 들어간다는 제일야당대표에 대하여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금도에서 벗어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난과 성토에 앞서 먼저 이 추운 겨울에 꼭 그 방법으로 투쟁하여야 하는가라고 걱정하며 넓은 범위의 동지적 개념에서 안타까워하고 그 다음에 생산적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이 금도 있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정당, 여야, 진영, 권세, 권익, 이념, 사상 등이 뭐 길래 어제까지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는 도치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이 얼마나 안타깝고 처량한 일인가.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의 행각들이 단풍이 되어 조락하는 늦가을의 낙엽처럼 황량해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마음일까. 몸을 감싸고 있던 나뭇잎을 땅위로 모두 날려 보내고 나목(裸木)이 되어 다시 인동(忍冬)과 소생(蘇生)의 미학을 꿈꿀 수는, 나무의 삶일 수는 없을까.

금도 있는 정치 및 정치인 상을 보고 싶다. 도량이 넓고 어른스러우며 성숙한, 그리고 대아적이고 대승적인 정치를 보고 싶다. 이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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