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귀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김태귀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동양일보]여든여섯 번째 생신을 맞이한 우리 엄마.

아들 둘과 딸 일곱으로, 며느리‧사위‧손자녀‧증손 자녀를 합하면 자손이 37명이다. 다들 금융업 종사자, 공무원, 교직원, 방송국 종사자, 자영업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특별한 일이 있어 못 오는 사람 빼곤 대부분 참석해 화기애애한 생신 파티를 매년 연다.

큰 오빠가 엄마에게 자주 하는 말은 “우리 엄마는 참 많은 복을 받으셨어요. 자녀들이 착하게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고 손자녀들도 착하고 알아서 갈 길 잘 찾아가고 있으니까요”이다.

이에 엄마는 “우리 9남매가 이렇게 우애 있게 잘 지내고 손자녀들도 좋은데 취직하고 난 참 행복하다.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고맙다”고 하신다.

이번 파티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우리 집에서 했다. 소고기, 회, 삼겹살, 각종 전, 육개장, 칵테일, 보드카, 3단 케이크, 각종 과일 등 각자 잘할 수 있는 음식을 한두 가지씩 해오기로 했다.

우리 집이 이렇게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건 큰언니와 형부가 동생들에게 잘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잘한 덕분으로, 우리 동생들은 늘 고마워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둘째 언니는 재물 복이 많다. 하는 사업이 잘 돼 부를 축적하고 귀태가 나는 귀부인 같다.

큰 오빠는 말은 퉁명스럽게 하지만 엄마를 보면 몸은 괜찮으신지, 마음은 편하신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번 쫙 살펴보고 확인하는 섬세한 효자다. 그러니 손자 손녀도 할머니를 살뜰히 챙긴다.

작은 오빠 부부는 손이 크다. 그에 맞게 수입도 괜찮다. 아끼지 않고 맛있는 소고기도 듬뿍 사 왔다.

나는 다섯째로, 딸로는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이다. 내가 가장 엄마한테 잘 못하는 것 같아 가끔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남편은 손으로 만드는 것은 잘 못하지만 뭔가 하면 추진력 있게 처리하고, 마음이 참 선하다. 내가 잔소리를 하면 큰언니는 “우리 제부 중에 셋째 제부가 젤 착해. 너 잔소리 좀 그만해.”하며 동생 편이 아닌 제부 편을 든다.

바로 아래 동생은 마음 착하고 음식도 잘하며 미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면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고 챙기는 효녀다.

일곱째는 복부인처럼 복이 많고 제부 또한 맥가이버이다. 엄마 집을 비롯해 우리 형제자매 집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고쳐주고, 만들어주고 해결사 역할을 한다. 엄마 생신날도 여러 가지 색의 조명등을 가지고 와 파티 기분이 나게 했다.

대구에 사는 여덟째는 부지런하고 싹싹한 말씨로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엄마 생신 때 삼겹살과 함께 먹을 곰치와 두릅, 파를 가지고 각종 초절임을 만들어 와서 솜씨 자랑을 한껏 했다. 제부 또한 사교성 좋고 인정이 많아 대구에 놀러 가면 한 곳이라도 더 구경시켜주고, 맛있는 거 사주려 온갖 애를 써 주는 재간둥이다.

아홉째인 우리 막내는 예쁘고 세련됐다. 음식을 해도 신세대답게 언니들이 잘 못하는 새로운 음식을 해 조카들에게 인기를 끈다.

온 가족이 모여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고, 돈 꽃다발을 선물로 드렸다.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기분이 좋으신 엄마가 옛날 노래를 부르시니 옆에 있던 큰언니와 마음 여린 동생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이렇게 엄마의 여든여섯 번째 행복한 생신날을 위해 온 가족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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