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문재인 모가지 떼는 거 딱 하나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심장마비로 하나님이 데려갈 것”, “문재인 저놈만 쳐내면 됩니다. 한 달 내로 안 내려오면 못 견딥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말이 대명천지 서울 한복판에서 나왔다. 양심과 이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망언이다.

이런 말이 성스러워야 할 목사 입에서 나왔다는데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도 광화문 거리를 버젓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나라, 참 좋은 대한민국이다. 세상이, 사람이 좋아서 그렇지 얼마 전 같았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냥...이라는 말이 혀끝까지 차오른다.

전광훈 목사가 한 이 말들은 목사 신분으로 한 말치고는 가히 기네스북 감이다. 농담 삼아 한 사람의 모가지를 따겠다는 것도 섬뜩한데 한 나라의 대통령 모가지를 떼는 것만 남았다니. 이런 것도 하나님이 계시하나 묻고 싶다.

전 목사의 저질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로 진격해 발포해야 한다. 대통령을 끝장내기 위해 30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 전 목사는 결국 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고 수차례의 출석 불응 끝에 어제(26일)는 압수수색 당했다.

왜 저런 목사의 가당치 않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지 속이 들끓어 오른다.

전광훈(64) 목사. 그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담임이고 올 1월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이 집단 탈퇴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다. 지난 9월엔 예장 총회에서 목사직 면직 처리됐고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청와대 인근에서 지금까지 집회와 예배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학생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한기총을 탈퇴하는 등 한기총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세상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 막말이 인식 상 각성효과는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점차 둔화되고 어떤 지점에 이르면 한계를 보이며 그 이상에서는 역효과가 일어난다.

전 목사는 2005년 1월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신도가 내 신자인지 알아보려면 빤스(속옷)을 내리라고 하면 된다”는 발언을 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빤스 먹(목)사’라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목사도 인간인 이상 정치적 사상 자유를 갖는다. 그렇지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때는 목회자의 양심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게 말을 ‘점잖게’ 해야 한다. 설교가 편향적이어서는 안되며 근거 없이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면 신도들로부터 “저게 목회자야?”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신도들이 자신의 말을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오판이다. 요즘 기독교인들은 목사 한마디에 갈대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줏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들 자기 생각이 있고 판단을 한다. 정치적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려되는 것은 전광훈 목사의 어처구니없는 이런 발언들이 기독교의 처지를 더욱 옹색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새 신자들이 줄어드는 가슴 아픈 현실에서 전 목사 같은 일부 목회자의 일탈 언행이 기독교 외면 현상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기독교인 80%가 전 목사 막말에 비판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크리스챤아카데미대한기독교서회가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20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나왔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플러스마이너스 3.1%, 자세한 내용은 지앤컴리치 홈페이지 확인 가능)

일각에선 전 목사의 막말과 극단 행동이 전략적이라고 해석한다.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키우고 여기에 한국 교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 전 목사는 기독자유민주당을 만들어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까지 낸 적이 있고 19대 대선 때는 교인 4000명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내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전 목사의 상식 밖 막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그것이 한국 기독교의 이미지를 살리고 기독교인들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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