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흥덕구청장

 

[동양일보]최근 아시안게임을 대전시와 충남∙북도가 공동으로 유치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충북의 입장에선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대전과 충남이 앞장서서 나선다면 유치에는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북의 입장에선 국제경기를 치를만한 번듯한 메인스타디움 하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공동개최가 갖는 의미는 매우 빈약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각종 체육시설이 빈약한 충북은 기껏해야 충주조정경기장과 청주의 김수녕양궁장을 활용한 2께임 외에는 마땅히 치를만한 좋은 경기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안게임 공동개최라면 적어도 개막식이나 폐막식 둘 중의 하나는 충북의 수부도시인 청주에서 개최돼야 하는데, 청주에는 전혀 그럴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충북의 수부도시인 청주는 충북의 도청소재지로서 1970년대에는 최신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야구장 등 타 시∙도가 부러워하는 훌륭한 체육시설을 갖추고, 전국소년체전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과거 충북종합운동장(현 청주종합운동장)과 충북실내체육관(현 청주실내체육관)은 각종 경기와 경연대회, 공연, 발표회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 인기리에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은 이미 40년이 지나 매우 노후되고, 시설이 빈약해서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전국체전도 치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지역연고 야구팀마저도 청주개최를 꺼리는 실정이다.

지난 40년 전에 건립한 도내 주요 체육시설은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앞서가는 선진시설을 갖추어 매우 유용하게 활용돼 왔지만, 이젠 시설유지관리비만 많이 들고 활용은 잘 되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심지어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체육관이 외면을 받고, 민간대학이 관리하는 최신 체육관이 불티나게 활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지역의 관할 행정기관과 정치권, 체육단체에서는 왜 시설을 개선해 보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간 방치된 원인을 고찰해 보면 민선지방자치시대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지방자치 이전에는 시민이 도민이고 도민이 시민이듯 광역자치단체인 도의 입장에선 기초자치단체의 현안업무가 곧 도의 업무로 여겨져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국비를 확보하고, 도비를 투입하는 등 앞장서서 현안을 챙기고 적극 해결하였으나, 민선자치 이후에는 남의 일처럼 방관자적 자세를 취함으로서 지역발전에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 즉 기초자치단체는 자체적인 재정부담이 어려워 추진을 엄두내지 못하고, 광역자치단체는 남의 일로 여겨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을 고찰해 보면 모두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큰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전북 전주의 경우 오래 전 도의 엄청난 재정지원과 국비를 확보하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멋지게 건립했고, 작은 도시 경북 김천도 전국체전을 계기로 국∙도비를 확보하여 현대화된 종합스포츠센터를 조성했다. 이웃 천안시 역시 전국에 자랑할 만한 메인스타디움을 멋지게 건립했다. 물론 충북도 너무 오래된 일이지만 30∼40년 전에는 도가 직접 나서서 국∙도비를 확보하여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고인쇄박물관 등을 건립하여 청주시에 이관한 바 있다.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에 국제규모의 번듯한 종합운동장과 축구장, 야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스포츠타운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특히 선진체육시설을 갖추어 지역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고, 도민의 자긍심을 높일 대책도 없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일시에 재원확보가 어렵다면 현대화된 메인스타디움 건립 등 중요한 시설부터 하나씩 점진적으로 건립해 나가면 될 것이다.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고려해서 도의회 신청사 건립과 같이 시급하지 않은 사업들을 뒤로 미루면 의외로 적지 않은 자체예산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유치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먼저다. 충청권 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충북의 낙후된 체육시설이 국제규모에 걸맞게 선진시설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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