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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행정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차한잔/ 행정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12.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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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한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유재한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동양일보]시대가 계속 변화하며 이에 따른 행정에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 또한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공직사회는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기가 버겁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문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1960년대 산업화와 근대화 모델에 멈춘 현행 행정법제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일제강점기에 시작한 인감증명서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인감도장 하나씩은 구비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하지만 간단한 인감 신고 뒤에 숨겨진 번거로운 행정 절차와 이에 따른 비용은 국민의 부담이 된다. 인감증명서는 대리 발급도 가능해 본인의 의사에 반한 발급으로 법적 분쟁이 생겨 부작용도 종종 발생한다.

행정복지센터 민원대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떤 민원인 한 분이 들어와서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인감을 요구했다. 나는 아버지의 신분증과 자필 위임장을 요구했고 본인의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누워계셔서 자필이 어렵다고 했다. 법령을 찾아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2조 3항에 의거 본인이 방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보여주며 증명 서류를 요구했고 몇 시간 뒤 민원인은 의사 소견서를 내밀었다. 모든 서류가 완벽하리라 생각하고 주민번호를 누르는 순간 ‘본인 외 발급 금지’라고 떴다. 다시 법령을 뒤적여 인감증명법 시행령 15호의 3 및 15호의 6 서식 신청서를 출력해 직접 요양병원을 방문해 본인 의사를 확인한 후에야 발급을 할 수가 있었다.

인감제도의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2년 ‘본인서명사실 확인제’를 도입했다. 사전에 인감도장을 신고할 필요 없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서 신분 확인 후 서명만 하면 인감증명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본인서명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본인 외에는 대리 발급이 허용되지 않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없다. 아직은 국민의 인식이 인감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행정은 수많은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균형자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균형자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춰 행정법제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가치를 가장 빨리 이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행정법제라는 간판만 바꾸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함이기에 행정법제 개편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녹아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시스템도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 관료제도 예전에는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방안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효율과 권위의 상징이 됐다. 따라서 변화가 절실하다. 행정서비스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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