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벌써 연말이 되었다. 연초의 바람이 잘 이루어 졌는지 이제 눈에 보일 듯하다. 그래서 지난 1년을 잘 보냈던 못 보냈던 한해를 마무리 하며 한해의 슬픔은 잊고 기쁨은 즐기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2019년 기해(己亥)년은 이제 지나가고 다가오는 2020년 경자(庚子)년 이다. 무슨 소리인지 요즘 청소년들은 못 알아들을 수 있다. 요즘은 줄임말도 많고 또래끼리 쓰는 말은 1년만 달라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층이다. 엉뚱한 소리 중에 말마다 개~자를 붙여서 얘들이 뭔 소리야 개 웃겨 개짱 개 재미 등등 뭔 소리를 얘들이 하는 거야! 하고 물어보니 개는 엄청 강한 느낌을 세게 표현하는 감탄사로 격한 감정의 반응에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조금 강한 감정표현을 표현 하면서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말이 이런 쪼다야! 호구야! 와 같은 언어로 이를 쉽게 내뱉으며 유년 시절을 보낸 듯하다. 봄이 오면 마을 앞 뒤 동산에 뛰어오르고, 여름이면 앞마을 개천에 수영하러 가고 가을이면 논과 밭에 일거리 거들러 다니고 겨울이면 인근 산에 뛰어올라 겨울용 땔감 준비로 장작을 거두었다. 더불어 여름방학은 마을 주변 원두막에서 놀고 겨울이면 마을 공터에서 자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였다. 마을이 2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다 보니 커다란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뛰어노는 운동보다는 보다는 몸을 이용하여 즐기는 놀이를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동심의 언어는 어떤 말을 사용하든 크게 상심하지 않고 넘기며 지낸 듯하다. 이런 쪼다! 호구! 빙신! 등의 비속어는 일상어에 가깝게 사용하는 말인 듯 쉽게 쓰면서 자랐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일상적인 언어라도 조심하며 남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좋은 말만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매우 통감한다. 따라서 오늘은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비속어인 듯한 쪼다와 호구에 대하여 논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쪼다란 무엇인가? 쪼다는 조금 어리석고 모자라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 또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쪼다의 유래는 고구려 20대 왕인 장수왕(재위 413~491)의 아들 이름인 "조다"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알고 있듯 장수왕은 93세까지 오래 살아서 "장수"왕이다. 장수왕의 아들 조다는 장수왕보다 먼저 사망하여 왕위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태자였다. 즉 조다가 왕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부친보다 먼저 사망하여 “쪼다”라고 부른다는 설이다. 즉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은 매우 많은 업적을 남긴 왕이나 아들은 왕위도 오르지 못한 비운의 태자로 어떤 업적도 남기지 못하고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 쪼다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구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본의 유명한 심리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이토 요시히토는 “친절한 사람이고 싶지만 호구는 싫어”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인간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도하는 사람을 호감형 여우라고 하였다. 여우처럼 지능적으로 행동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그들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면서 자신의 실속도 잊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는 감정을 듬뿍 담은 마음보다 심리학에 기반한 구체적인 기술을 실행하는 것이 더 효과가 높다고 한다. 현대사회의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업무보다 인간관계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이라면 경우에 따라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며 세상을 살아가고 이러한 세상살이 강한 호감형 여우와 같은 진보된 인간관계는 호구와 같은 현명한 처세술이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을 맞이하여 올 한 해는 잘 마무리 하고 다사다난한 기해년은 보내며 새롭게 맞이하는 경자년은 행복하고 축복된 나날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연말연시(年末年始)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본인이 쪼다이고 호구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세상살이가 힘드니 이렇게 약간 부족한 듯 쪼다나 호구처럼 사는 것도 현명한 듯하다. 우리네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 탓이려니 내가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산다면 다가오는 2020년은 올해 보다 덜 후회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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