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백경미 옥천도서관장

[동양일보]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2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전국 100여 개 도서관에서 동시에 열리는 과학강연행사가 있다. 그것도 순수 재능기부자들로만 구성되어 지역 청소년들의 과학 불씨에 열정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올해로 무려 10번째 맞는 이 행사는 기획부터 시작해 준비, 홍보, 강연회 진행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강연은 각 분야 전문 과학자분들의 재능을 기꺼이 나눔 한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면서 감동적이다.

그러고 보니 과학을 비롯해 전 세계적 핫이슈까지 총망라하는 미국 비영리재단의 TED 강연이 떠오른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까지 퍼져있어 저명 지도자들의 유용한 강의를 유튜브에서 무료로 만날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된 목적이나 가치를 두는 부분, 펼치는 활동들을 비추어본다면 미국 TED 강연에 우리나라 10월의 하늘을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0월의 하늘’ 준비위원회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 기적 같은 프로젝트 사업에 우리 도서관이 선정돼 강연회를 열게 되었다.

반갑고 환영할 공모사업이지만 연달아 굵직굵직한 도서관 행사를 치른 후 직원의 피로도가 풀리지 않은 상태인지라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사업에 기꺼이 동참하겠노라 주말도 반납하고 나온 전 직원들! 재능기부만도 대환영이었는데 아이들 주겠다고 양손 가득 기념품과 과학도서를 친정어머님처럼 챙겨 오신 강연자님!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보다.

교통공학의 전문가이기도 하고 복잡한 대전시내의 교통 도로맵 설계를 실제 맡고 있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야기를 강연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과학의 혜택으로부터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 이번에 풀어놓은 강연 보따리는 우리들의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미래의 이동수단에 대한 이야기였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한 스마트한 미래교통에 대한 내용으로 어쩌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견해는 무척 흥미로웠다.

1시간 남짓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감사의 마음을 정성스레 하늘 엽서에 꾹꾹 눌러쓴 아이들 고운 마음은 가을 하늘을 닮아 눈부시다.

사실 10년 전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이 과학기부 강연회 는 탄광촌 소년 호모의 감동실화로부터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그 문제의 10월 어느 날 하늘을 쏘아 올린 별, 인공위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소년은 광부가 아닌 과학자의 길을 품었고 편견과 어려움을 뛰어넘어 결국 미항공우주국의 로켓과학자가 되었다.

탄광촌 소년의 인생을 바꾼 10월의 하늘이 그랬듯이 청소년들의 세상이 펼쳐지길 희망하며 도서관에서 10월의 하늘을 활짝 열고 있다.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위해 기꺼이 내어준 아름다운 시간의 감동을 간직한 아이들이 과학재능기부자로 다시 연결되는 순환고리가 된다면 근사하고도 경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무심코 읽게 된 책이 인생의 지침이 되고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듯이 우연히 듣게 된 과학자의 강연이나 소식들이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되는 기적을 일으킬 수 도 있다. 과거 탄광촌의 호머처럼 말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