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취재부 차장

김미나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



전통의 세계관에서는 여성을 ‘꽃’에 비유하곤 한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꽃’의 의미속에는 여성은 꽃처럼 아름다워야 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9년 가을, 그 전통적인 ‘꽃’의 의미를 뒤집어버린, 스스로 물을 주고 스스로 햇볕을 받아 자생하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바로 높은 시청률로 한 회, 한 회 숱한 화제를 뿌리며 최근 종영한 KBS-2TV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이다.

드라마는 ‘옹산군’이라는 가상의 시골마을에 미혼모 ‘동백’이 아이를 안고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용모의 ‘동백’을 바라보는 골목의 유부남들은 넋을 놓고, 그들의 아내들은 ‘동백’을 질투하고 경계한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편견과 무시 속에서도 ‘동백’은 시골마을 ‘옹산’에서 아들을 키우고 술집 ‘까멜리아(동백나무라는 뜻)’를 운영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산다.

동백은 가끔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언제나 홀로 꽃을 피운다. 뒤늦게 찾아와 아들 ‘필구’를 데려간 생부 ‘종렬’을 찾아 코를 갈기며 아들을 지켜내고, ‘옹산’을 벌벌 떨게 만든 연쇄살인범 ‘까불이’를 때려잡는다. 동백을 ‘까불이’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남자 주인공 ‘용식’은 결국 ‘동백씨는 내가 지킬 줄 알았는데 동백이는 동백이가 지키는거다’라는 결정적인 내레이션을 남긴다.

동백은 드라마 내내 꽃처럼 예쁘게 웃기도 했지만 홀로 꽃을 피울 때 그 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모진 풍파를 견디던 미혼모가 재벌2세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드라마의 흔한 공식이 아니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꽃'이 왜 아름다운지 보여준 좋은 예가 된 드라마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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