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어느 도심을 가든 오늘도 여전히 공사중인 곳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도시는 팽창하고 사회 인프라 역시 날로 증가하기 때문에 건축이든 토목이든 공사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공사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수만가지 기계와 각종 설비를 다룬다.

문제는 안전이다. 현장 특성상 대형 기계장비와 고층에서의 노동, 긴 작업시간에 따른 집중력 저하 등 작업자의 인명을 노리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 부문 사업장과 민간 부문 대형 사업장 399곳을 불시에 안전보건 점검을 한 결과, 260곳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됐다. 시정 지시를 받은 곳도 353곳에 이른다.

적발된 업체에는 개선 명령도 내려졌지만 공공, 민간 부문 가리지 않고 이렇게 안전불감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안전에 대해 후진적인 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40% 정도나 된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 노동자의 손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 절감 목적으로 초보적 기술만 익힌 사회 초년생들이 위험한 업무에 투입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시킬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위험을 알고도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시정을 요구할 수 없다. 그래서 관련 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거나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규정을 마련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불법 파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ㆍ감독에 나서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산재 보험료도 원청과 하청 업체가 통합 관리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청노동자들도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부에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해주도록 권고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이다.

정부는 작업장의 안전관리 확보는 물론, 하청노동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제도적으로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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