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0일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문화 정책성과를 실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공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문화예술 관람률은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문화행사를 즐긴다는 발표가 나왔다.

문체부는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여가시간도 증가했으며, 미술관과 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은 지난해에 비해 전국에 168곳이 확충됐다고 밝혔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85억원 규모로 신설했고, 올해 10월 예술인복지법을 개정해 창작준비금 지원예산은 2016년 4000명에서 올해 45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0대 이상 노년층과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 절반 이상은 문화행사를 즐긴 사실이 전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4개국 중 경제규모 11위, 그러나 행복지수라 할 수 있는 ‘더 나은 삶 지수(BLI)는 2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표 간 간극이 말해주듯 더 나은 삶을 위해 게으름을 죄악시하며 최대생산성을 추구했던 이전 세대의 신념은 오늘에 와서 무너졌다.

그들이 만든 성과 중심의 시스템이 몰고 온 피로사회.

젊은이들은 이를 두고 ’헬(지옥)‘이라는 접두사를 만들고 있다.

눈부신 경제 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기층민들의 고단한 삶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됐지만, 정서적으로는 대개 문화접촉 기회의 결핍에서 온 것이다.

그것은 소득과 소유의 독과점이 문화 편중으로 이어진 사회구조 탓이다.

그런데 행복의 잣대는 절대적 기준에 있지 않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평등에 기인하는 바, 이의 해소에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중심주의 정책으로 문화가 자본 권력화 되는 과정을 경험했던 유럽사회도 뒤늦게 문화가 지닌 소통, 통합, 치유의 힘을 인식하게 됐고, 지금은 기울어지지 않은 문화생태계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영국의 ‘최대 다수에게 최고의 것을’ 근년 프랑스의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한 예술’,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 등 오늘날의 문화정책 기조는 ‘우리들을 위한 문화’다.

과거에는 이미 규정된 문화를 분배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문화적 행위와 산물 간의 자유로운 뒤섞임을 통해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양상이다.

인공지능(AI)의 현실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고전적 정의들이 흔들리고 있다.

직접 보행(호모 에렉투스)에서 지혜를 활용하는 존재(호모 사피엔스)로, 도구를 쓰는 존재(호모 사피엔스)로 도구를 쓰는 존재(호모 파베르)에서 유희하는 존재(호모 루덴스)로의 인류 진화과정이 이미 AI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과거 기계가 육체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였듯, 지금은 AI가 인간의 지적,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인간을 구별하는 조건으로는 ‘문화’만 남게 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결의안을 통해 사상, 표현, 종교의 자유와 더불어 문화 향유를 가장 기본적인 인권요소로 명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삶의 질 문제를 넘어 ‘문화’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존엄과 생존의 기본 권리로 문화 생태계를 과감히 디자인해서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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