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애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김순애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지인이 살고 있는 미국에 잠깐 방문한 적 있다. 머무는 동안 이곳저곳을 여행했는데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바닷가 인근 공원을 갔는데 넓고 푸르게 펼쳐진 공원 곳곳에 나무 벤치가 있었다. 잠깐 쉬고자 않은 벤치에서 우연히 뒤편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표지판을 발견했는데 그곳에는 누군가의 가족들이 이곳을 들르며 나누었던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글이 쓰여 있었고 그 추억을 함께하고자 벤치를 기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즐거웠던 순간을 나눴던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주에 살면서 가볼 만한 곳 중 언제 가도 아름답고 평온한 느낌이 있고 가족들과 편안하게 산책하기도 좋아 청남대를 자주 가는 편이다.

청남대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한 대청댐 부근 1826㎡의 면적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2003년 개방 이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 중 하나이다. 햇살이 가득한 어느 가을날 청남대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고 행사장에는 볼거리, 먹거리 등이 가득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빨간 뚜껑으로 덮여 있는 딸기잼을 구입했다.

이후 주변 경관이 빼어나 청남대 제2경으로 꼽히는 초가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벤치에 잠깐 쉬려고 앉았다가 실수로 검은 봉지와 함께 딸기잼을 호숫가에 떨어뜨렸다. 잼을 담은 용기는 벤치에서 떨어진 후 경사면을 따라 눈 깜짝할 사이에 또르르 굴러 호숫가로 풍덩하고 사라져 버렸고, 물속에 잠긴 잼을 찾으려 했지만 수풀로 뒤덮인 호수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그날 이후 청남대를 갈 때면 습관적으로 잼이 떨어졌던 호숫가를 바라보곤 했는데 한 일, 이 년 지난 어느 가을이었던 것 같다. 그 해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가뭄이 좀 심했다. 긴 가뭄에 호수가 바짝 마르면서 호수 바닥이 드러나 있었나 보다. 여느 때처럼 가족들과 함께 그 길을 걷다가 호숫가를 바라보는 중에 우리만 알 수 있는 빨간 뚜껑의 통이 기울어진 상태로 살짝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숫가로 내려갔다. 자세히 보니 과거에 우리가 떨어뜨렸던 그 딸기잼 통이었다. 반갑고 기뻐 뚜껑을 열었는데 썩지도 않은 상태라 다시 한번 놀랐다. 가족 모두 흥분했고 그 잼을 집으로 가지고 와 맛있게 먹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곳은 그냥 청남대가 아닌 가족들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청남대가 됐다. 올해도 공부로 바쁜 아이들 빼고 남편과 둘만의 여행을 하면서 그곳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먼 훗날 아이들이 어른이 돼 청남대를 방문할 때마다 그 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대청호수에 빠졌던 빨간 딸기잼의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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