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갑자기 눈과 가슴이 멎었다. 칼럼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글 때문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젊은 시절 세일즈맨으로 이집 저집을 방문하며 물건을 팔러(행상) 다녔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 댁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집에 들어서자마자 카네기를 완전히 압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 집의 벽 한 가운데에 걸린 그림이었다. 황량해 보이기까지 한 쓸쓸한 해변에 초라한 나룻배 한 척과 배를 운행할 때 쓰는 낡은 노가 썰물에 밀려 흰 백사장에 제멋대로 널려있고 하단에는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카네기는 그 그림과 글귀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그림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다시 그 노인 댁에 찾아가 “노인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는 저 그림을 자신에게 꼭 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간청은 받아들여졌고 그 노인은 그 그림을 카네기에게 주었다. 그 그림은 카네기의 일생을 좌우할 좌우명 및 나침반이 되었다. 그는 사무실 한 가운데에 그 그림을 걸어 놓고 밀물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그리고 그로 하여금 세계의 철강왕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회사를 미국 경제에 0.6%를 지배할 수 있는 거대기업으로 육성시키는 밑거름이 되었고 카네기로 하여금 인간관계론, 행복론 등의 명저를 남길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때를 놓지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망설이지 말라” 등을 비롯하여 175개 명언을 남긴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였다.

바다에는 달과 태양의 위치변화로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달라진다. 하루에 2회 밀물과 썰물로 바뀐다. 12시간 24분마다 만조가 된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했던가.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했던가. 세월은 어김없이 찰나만 남기고 가버린다. 그토록 기대에 벅찼던 2019년도 연 중 끝 달인 12월의 월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한 장 남은 월력을 보며 올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남아 있는 시간인 월력 한 장이 주는 메시지를 새기고자 한다.

무엇보다 월력 한 장은 ‘남아 있는 시간’으로 보고 관리하여야 한다. ‘반잔 이론’에서 ‘차 있는 쪽’에서와 ‘비어 있는 쪽’에서의 의미가 다르듯이 ‘월력 한 장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보는 관점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고, 비어 있는 쪽에서 보는 것은 부정적 실망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현상은 똑 같은데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무척 달라진다. 그러므로 남은 월력 한 장을 ‘차 있는 쪽’의 개념으로 보고 1년 동안을 결산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양적으로는 월력 한 장에 불과하지만 질적으로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시간에 대하여 정신을 일도(一到)하고,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성실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온다는 기대, 희망, 소망, 꿈 등을 품고 전력투구, 적극성, 인내, 열정 등을 키워가야 한다. 남은 월력 한 장은 인간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인한 의지와 참고 기다리고 준비하는 자세 등이 요구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에 있고,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 쓴 것이 다 하면 단 것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 인간으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겸허한 자세 등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밀물은 감(甘), 성(成), 명(明), 낙(樂), 광(光), 목표달성 등을 가리킨다. 소망과 꿈을 가지고 열정을 바치면 그 소망과 꿈 등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교훈하고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남은 일자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19년의 한해는 역사적인, 기념비적인 한해가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생각하기에 따라 남은 한 장의 월력은 그 의미와 가치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온다’는 말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 말은 물질적, 육체적으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더라도 참으면서 정성을 다하여 인내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정상상태(normal state)를 회복하게 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밀물이 반드시 올 것을 굳게 믿고 열성을 다하여 준비하고 기다라는 세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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