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국세청이 올해도 고액·상습 세금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 넘게 2억원 이상의 국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가 대상이다.

다만 2억원이 넘더라도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했거나 체납 국세에 대한 이의신청과 심사청구 등이 진행 중인 경우 회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라 체납액이 징수 유예 중인 경우 등은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개인ㆍ법인은 6838명으로 지난해보다 320명 줄었고, 체납액은 5조4073억원으로 1633억원 늘었다.

충북에 주소를 둔 고액·상습 체납자는 개인 168명, 법인 45곳이다. 이들의 밀린 세금은 1306억원(개인 1953억원·법인 253억원)이다.

국세청은 매년 이맘때면 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그 규모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재산이 많은데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파렴치한 작태를 벌이다가 발각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세청이 공개한 기상천외한 재산은닉 행태를 보면 매년 그랬던 것처럼 한숨부터 나온다. 한 체납자는 체납이 발생하기 전 부동산을 모두 처분한 뒤 수억 원 상당의 고가 분재를 사들여 숨겨뒀다가 적발됐다.

또 다른 체납자는 재산을 처분하고 양도대금 중 현금 10억원을 인출한 뒤 다른 집에 위장 전입했지만 국세청의 추적 끝에 여행용 가방에 든 5억5000만원을 징수당했다.

재산 은닉 수법도 진화해 매년 새로운 방식으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어 징수 공무원들의 노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실제 고액ㆍ상습 체납자에 대한 징수 실적은 전체 체납액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2억원 이상의 국세를 내지 않는 악성 체납자에 대해 최대 30일 이내에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가 도입되고, 여권 미발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 방안도 마련된다. 체납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 친인척의 금융 조회까지 할 수 있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세청은 또 내년부터는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할 방침이다.

하지만 '명단 공개쯤이야'하고 코웃음을 치던 사람들에게 이런 정도의 처방이 기대한 만큼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피해 나갈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전반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강력한 징수대책 방안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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