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쁨과 사랑의 기적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사랑의 점심 나누기 캠페인 1회부터 후원처 발굴 역할

-장기 근속 표창패 받고 감동의 눈물…“삶이 감사해”



“우리나라는 오래전 월드비전을 통해 도움을 받는 나라였죠. 하지만 어느덧 우리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기아와 질병으로 굶어 죽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나라로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나눌 수 있고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월드비전 충북본부에서 25년 동안 ‘사랑의 점심 나누기’ 후원처를 직접 발로 뛰며 발굴해온 정정화(76·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대외협력위원의 행복론이다.

정 위원은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본부가 1996년부터 충북도내를 순회하며 모금행사를 하고 있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 캠페인의 숨은 공로자다.

그는 캠페인 1회부터 올해 진행 중인 24회까지 충북도내 학교, 교회, 단체를 찾아다니고 새로운 후원처를 개발하며 그들이 ‘사랑의 점심 나누기’에 동참해 나눔의 기쁨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

월드비전 청주용암종합사회복지관의 개관과 함께 나눔센터에서 모금부서 담당자로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에 함께 하기 시작했던 그는 만 65세에 정년퇴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대외협력위원으로 직접 후원처를 개발하며 ‘사랑의 점심 나누기’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쌓인 시간이 꼬박 25년.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에는 월드비전으로부터 25년 근속 표창패를 받았다. 이날 월드비전 충북본부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그는 그만 눈물을 보였다.

그는 “직원들이 모두 돌아가며 손수 써 준 롤링페이퍼의 글귀들에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며 “삶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충북 단양이 고향인 그는 가곡초, 단산중, 청주농고를 졸업하고 군 제대 이후 청주 사직동에서 이스라엘 문화원을 운영했다. 1980년대인 당시만 해도 청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행사 비디오 촬영 전문업체로 나름 알려져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사업장에 도둑이 들면서 모든 장비를 잃었고, 한동안 실의에 빠진 날들을 보냈다고 한다.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이는 청주용암종합사회복지관의 초대 관장 문영길 목사다. 문 목사의 권유로 월드비전 충북본부와 인연을 맺게 됐고 결국 인생의 후반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처음 이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를 취재하고 보도해줄 언론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며 “당시 충북도내 거의 모든 언론에 공문을 보냈는데 유일하게 동양일보에서 손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함께 나눔의 기쁨과 사랑의 기적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나이 76세. 그는 대한민국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몸소 겪어낸 세대다. 6.25 전쟁을 겪었고 실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힘든 일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젊은 세대는 짐작도 할 수 없는 국가적 가난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는 “6.25전쟁 직후 에티오피아에서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을 준 일은 잊지 말아야 한다”며 “후원처를 발굴하다 보면 거절하는 사람보다는 호의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은 역시 소망이 있는 나라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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