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21C 급변하는 미래사회는 각 분야별로 시대적 추세와 방향을 잘 예측해서 최적의 대안과 추진전략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예측과 준비 없이 급변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아무리 영특한 머리와 역량을 가진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예측(forecasting)이란 무엇인가? 예측이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과거에 나타난 통계적 추이와 현상, 또는 지속적인 경향이나 재현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측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시계열분석 등 통계적인 추정과 확률을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자료가 부족해 기획자들이 보다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국가나 기업의 경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획자들은 통계자료 외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정밀한 분석을 하고, 그중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혜안(慧眼)을 가진 지도자의 직관에 의해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정책과 비전을 만들어 실행함으로써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증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21C를 맞이하여 어느 국가나 기업이나 정확한 미래예측과 준비, 대처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확한 통계자료와 정보수집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10만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이이는 당시 국가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 훌륭한 기획가이며 전략가였다. 우리가 흔히 율곡 하면 학문이 뛰어난 대유학자로서 ‘10만양병설’을 주장한 것 정도만 알고 있지만, 그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있어 매우 해박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보기 드문 인재였다.

당시 48세가 되던 해 율곡은 북쪽과 남쪽 오랑캐들이 수시로 국경을 침범한다는 보고를 받고, 임금 선조에게 다음과 같은 시급한 정책 6가지를 진언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사를 능력 있고 어진 자에게 맡길 것 △군민(軍民)을 기를 것 △재정을 풍족히 할 것 △국방을 든든히 할 것 △전마(戰馬)를 준비할 것 △교화(敎化)를 선명히 할 것 등이다. 또한 율곡은 임금 앞에서 “ 지금 나라의 기세가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년 안에 반드시 나라가 무너지는 큰 화를 만나기 쉬울 것이니, 10만 병력을 양성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도성(都城)에 2만을 두고, 각 도(道)에 1만을 두어 훈련시키는 것입니다”라고 진언을 했다. 그러나 영의정 유성룡의 반대와 선조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9년 후에 왜적들이 전국을 유린하고서야 선조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첨단산업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미래예측의 오류와 기회비용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인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손실과 국민적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개발사업에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투자했는데, 국회의 예산심의도 거치지 않고, 수자원공사가 빚을 내서 편법으로 추진했다. 결과는 너무도 초라했고, 나라 빚은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 ‘4대강개발계획’ 수립 당시에 행정절차를 제대로 이행하고, 철저한 기회비용분석을 통해 더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남북철도 연결 및 개선사업’이라든지, 이명박정부가 러시아와 MOU 체결했던 ‘한∼러 간 천연가스관 부설사업’ 또는 ‘화물전용 제2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등을 추진했더라면 우리 민족이 자손만대로 번영을 누리며 살아가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미래예측을 잘 못하거나 철저한 기회비용분석을 생략함으로 인해서 성과가 미흡하거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다. 앞으로 정부나 기업은 사업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무시하고 사업을 하거나, 잘못된 미래예측과 기회비용분석을 생략한 채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성과가 부실하거나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없도록 사업추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논리에 의해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업이 뒤로 밀려나고 예산을 낭비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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