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천 취재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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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을 지닌 ‘공명지조(共命之鳥)’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공명지조는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鳥)라는 뜻을 가진 공명조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공동체’의 뜻을 갖고 있다.

지금의 우리 현실을 담은 말로 가슴에 닿는다. 정치권의 여야가 하는 형태가 꼭 공명조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일반 국민들에게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루밤을 자고 나면 생겨나는 신 단어들이 국민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들은 패스트트랙은 무엇이고 필리버스터는 또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은 사전적 의미로 경제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등급으로 구분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정치에서는 ‘신속처리안건’을 뜻한다.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를 뜻한다. 필리버스터는 의회 안에서 합법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의사 진행을 고의로 저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 트랙과 필리버스터를 내걸고 갈등하고 있는 모습은 공명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국회가 죽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허공에 부르짖는 메아리 뿐이다. 결론도 없고, 협의도 없는 난장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러분 국민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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