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필요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10.2L) 및 과음률(30.5%)은 세계평균(6.4L, 18.2%)보다 높지만 주류에 관한 열량 등 영양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섭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음률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루 60g 이상의 알코올(약 소주 1병분)을 섭취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맥주·소주·탁주 총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영양성분의 자율표시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제품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열량 등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개 제품은 시중 유통·판매 중인 매출액·시장점유율 상위 랭크 제품 맥주 10개, 소주 5개, 탁주 5개를 선정했다.

조사대상 20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주종 1병(캔)당 평균열량은 맥주(500㎖ 기준)가 236㎉였고 소주(360㎖ 기준) 408㎉, 탁주(750㎖기준) 372㎉로 소주·탁주의 경우 쌀밥 한 공기분(200g) 열량(272㎉)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맥주 전 제품(10개)에서 잔류농약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지 않았다. 주종별 알코올 도수는 표시대비 맥주가 평균 0.1도, 소주는 평균 0.25도 낮고 탁주는 평균 0.1도 높았으나 관련 기준에는 적합했다.

관련 기준에는 제품 표시도수와 실제도수 간 알코올 차이에 대해 맥주·소주는 0.5도, 탁주는 1도까지 허용하고 있다(‘주세법 시행령’ 제1조 제2항).

조사대상 20개 전 제품 모두 표시기준에 적합했다.

하지만 ‘주류의 자율영양표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열량 등의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수입맥주 1개 제품에 불과했다.

제품명에 ‘라이트’란 명칭을 사용한 국산 또는 수입맥주가 다수 판매되고 있지만 기준이 되는 열량 정보는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가 열량을 얼마나 낮춘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100㎖당 칼로리가 30㎉ 이하인 경우 맥주 제품은 ‘라이트’ 명칭 사용가능(식품등의 표시기준)하다.

라이트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수입맥주는 제품에 열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고, 유럽연합 국가의 마트에서 판매 중인 맥주에 대한 조사결과 이미 다수 제품이 열량을 포함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열량 등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워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을 고려한 주류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주류 업체에 △열량 및 영양성분의 자율표시를 권고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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