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시간이 좀 흐르기는 했으나 지난 7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하거나, 관심 가져본 사람은 많지 않을듯 하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떼어 놓을수 없는 밥과 김치 이상으로 가까이 있는 '플라스틱'이 발명된지 1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플라스틱은 사실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이다. 실생활에서의 편리함이란 이루 다 설명이 안된다.

하지만 좋은 발명품을 자연의 이치에 맞게 쓰고, 잘 다뤘어야 할 인류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막 쓰고 마구 버리고 관리 안한지 11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플라스틱의 역습’에 재앙을 맞고 있다.

고래나 거북이 죽은 시체로 해변가에 쓸려와 해부해 보면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폐 플라스틱이 수십kg씩 나왔다는 뉴스가 일상이 됐다.

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12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와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가 바다에 마구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죽는다고 한다. 또 전 세계 바다에서 잡은 새우 10마리 중 7마리꼴로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미세 플라스틱은 새우뿐만 아니라 굴, 홍합, 생선 등 해산물로도 인체에 유입된다.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적 독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오염물질을 옮길 수 있고 세포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도 다 아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은 132.7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연간 790만 톤으로, 5년간 30%가 증가했다.

그래서 환경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단계별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하면 우리의 사정이 훨씬 다급한데 생각보다 너무 더디고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8월 커피숍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이 금지된 데 이어 올 1월부터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한때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캠페인이 붐을 이루기도 했으나 금세 시들해진 느낌이다.

이제 정말 인류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축복이 아닌 저주와 재앙으로 돌아서지 않게 해야 한다.

귀찮고 번잡스럽다는 이유로 안써도 되는 플라스틱을 굳이 쓰려는 마음부터 고쳐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야말로 가정에서 나 한명부터의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뱃속에 폐플라스틱을 수십kg씩 품은채 죽어간 고래와 거북의 경고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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