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순간은 다 의미가 있다. 특별히 기억되는 사건이나 만남이 있었던 날만 의미가 있다면 우리 삶은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의미는 각자가 부여하기 나름이다. 한 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어대서 신경질났던 날은 내가 매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해서 의미있던 날이고, 한없는 추위에 아랫목이 그립기만 했던 날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지 못해 슬픈 날이었다. 돌아보면 드는 상념들이다.

육십을 맞으며 막연하게 무엇인가 기념비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동안 모았던 스크랩을 꺼냈다. 2000년부터 써왔던 칼럼들이었다. 나이에 맞게 육십편을 골라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제별로 분류해 보았다. 먼저 제목들을 노트에 적고 여기 넣었다 뺏다 저기 붙였다 버렸다를 반복하다 보니 리더십, 대통령, 인사행정, 복지, 여성, 일상생활의 여섯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었다. 주제별로 살을 붙여서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보자고 과욕을 부리니 진전이 없었다. 고민 끝에 ‘다시보는 리더십’, ‘대통령의 행보’, ‘인사행정의 요체’, ‘풀뿌리 복지의 힘’, ‘여성의 사회참여와 가족’, ‘일상의 발견’으로 정하고 나니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다.

제목을 다양하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원래 행정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다. 학부생때 우리는 농담삼아 행정학은 잡학이라고 하였다. 행정학을 하다보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다. 또 행정학이라는 것이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심리학, 법학, 철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망라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일정부분 상식이 풍부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입시여건의 변동에 따라 신입생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사회복지석사과정을 다시 이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사회복지분야 역시 학문적 정체성을 도전받고 있었다. 사회복지학은 실천론과 실천기술론을 비롯한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사회학과 심리학, 행정학, 법학, 정책학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후발적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것이 한편으로 유리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현상을 바라보다 미시적인 접근을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용을 6개분야로 정리하고 나니 서문과 후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에는 육십이라는 나이가 주는 인생의 의미와 책을 만들게 된 동기를 적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을 진리로 삼고 앞으로도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소회를 적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요소가 무엇인가를 성찰해 본 결과를 적었다. 유전자, 환경, 운, 자유의지. 이것은 언젠가부터 시작된 인생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었다. 나의 근본을 따져보면 부모없이 나란 존재는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는 꼭 의학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환경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 환경 속 존재가 인간의 숙명이다. 하지만 우리 삶도 어느 순간 예기치않은 변화를 겪는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어쩔 수 없는 결과들이 생애주기 중 발생한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때론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어진 삶에 무조건 순응하며 살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그런 삶을 순명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의존적 삶이라고 한다.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생활속에서 나를 찾아갈지 아니면 나를 만들어갈지 선택여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중에는 인생의 고귀한 법칙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발견만 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실천하며 따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에필로그 마지막에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운명에 굴복하거나 순종하지 말고 ‘운명아 비켜라, 내가 나간다’라는 자세로 당당하게 사는 인생도 아름답다고 하였다. 덕마통신은 이렇게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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