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신라시대 김유신장군이 기생 천관녀의 집을 드나들며 사랑에 빠졌다가 모친 만명 부인의 꾸지람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다시 그 집에 들르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 했으나 어느 날 술이 취한 채 말을 타고 귀가하던 중 말이 평소 버릇대로 천관녀의 집 앞에 멈춰 서자 정신을 차린 김유신장군은 말의 목을 베고 그 집에 발걸음을 끊은 후 정진하여 김춘추와 힘을 합해 삼국 통일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면 수능고사 성적이 발표 된 지난 12월3일 아버지를 중1때 여의고 어머니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해 외고 송 영준 군이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송군 은 중학교 때 ‘공부 좀 한다.’ 는 말을 들었으나 지역에서는 명문인 김해외고에 입학해 처음 본 반 편성 고사에서 127명 중 126등을 하고는 실망을 했다. 집도 어려운데 공고로 전학 할 생각까지 했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담임선생님이 잡아 주셨다. “공부는 앞으로 잘 하면 되고, 장학금을 알아봐 주겠다.” 고 격려하고 두 군데에서 장학금을 주선해 주어 열심히 공부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신라 때의 김유신 장군이든 오늘날 김해외고의 송 영준 군이든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도약한 것이다. 텀(Term) 의 사전적 의미는 기간, 임기, 학기, 기한, 한계, 경계 등의 뜻이 있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각각이고 또 각자의 재능도 우열이 있으며 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잘못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기간이나 경계를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이 될 수 있다.



연세대 농구부를 맡아 서 장훈, 문경은, 우지원 등의 선수로 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당시 허‧ 동‧ 택 (허 재, 강 동희, 김 유택)이 주축인 실업 최강팀 기아를 물리친 최 희암 감독은 스포츠란 선수나 지도자 심지어 그 주변까지 이기는 일만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기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인 그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강팀도 지는 날이 있다. 며칠 전 여자 프로 배구 경기를 보는데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1:2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맞이한 4세트에 17:21로 끌려가고 있었는데 역전하여 이기고 5세트에서는 언제 힘들었느냐 는 듯 더블 스코어로 이기는 걸 보았다. 한 세트라는 텀을 넘기면 지난 경기는 잊고 오직 앞으로의 게임만 목표로 최선을 다할 때 볼 수 있는 묘미이다. 그런가하면 남자부의 경우 지난해 최하위 팀인 한전이 우승팀 현대 케피탈을 2번이나 이기고 올해 하위에서 맴도는 KB손해 보험이 최 선두팀 대한항공을 이기는 경기도 있었다.



직장에서 수장이 바뀌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추진하며 직원도 근무지나 부서가 바뀌면 새로운 목표와 각오로 노력을 한다.



국가도 정권이 바뀌고 새로 집권하면 새 국정지표를 제시하고 시행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좀처럼 국가 지도자나 정부를 믿지 않는 것 같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부국강병과 아울러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치는 것 같다. 한‧ 일 문제에 있어서도 원망 보다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며 우리 이웃과의 역사를 복기하며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 극일 하려면 그들의 현대화 과정과 현재의 상황을 알아 배울 것은 배우고 좋은 것은 더 좋게 할 궁리를 해야 한다.

국내 문제 또한 4차 산업이나 AI, 개혁 또는 혁신을 내세우기 이전에 마음을 열어 넓게, 멀리, 깊이 그리고 바르게 보고 목표를 세워 시행해야 한다. 노벨상 역시 입으로만 하는 단기성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끈기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꽃 ‘무궁화의 정신’ 을 살려야 한다.

김유신장군이나 송 영준군 처럼 금년이라는 텀을 마감하면서 내년에는 난관을 극복하고 또 어려움을 만난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줌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진정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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