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지역주의와 패권정치로 얼룩진 우리 국회는 극한 정쟁과 대결로 치달아 왔다. 올해 미국에서 벌어진 셧다운(연방정부 일시폐쇄) 사태와 이어진 작금의 대통령 탄핵사태, 그리고 영국에서 벌어진 블렉시트(EU 탈퇴) 사태는 양당의 극한 정치가 민주정치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적신호였다. 우파 포퓰리즘의 승리로 귀결된 미국과 영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도 여야 두 거대정당이 동물국회라는 말이 일상화되는 극한의 또 다른 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양당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좋은 정치가 아니라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는 패배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나쁜 정치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싸워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각종 적대와 혐오, 폭력적 갈등이 확장되는 혹독한 정치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 국회는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천막을 치고 장외정치에 돌입했다. 정치가 죽으면 시민들끼리 직접 적대시한다. 지지정당에 몰려든 시민들이 서로 삿대질하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뺨을 때리는 일이 국회 안에서 자행되기에 이르렀다.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시민들끼리 직접 싸우는 모습은 정치가 죽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2015년에 중앙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확대하여 독일식 연동제를 100% 적용하는 선거제도 개혁 권고안을 정치권에 제출했다. 당시 문재인 대표의 민주당이 이 권고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한국 정치개혁의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20대 국회에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는 생산적인 논의가 시작되어 이제 민심을 닮은 국회,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다원주의 국회에 대한 희망이 한껏 고조되었었다. 그런데 올해 국회에 상정된 소위 패스트랙은 비례 의석을 75석으로 줄이고 연동제를 50%만 적용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하였다.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일부 인정해 준 절반의 개혁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민주당과 소수야당이 참여하는 4+1 회의에서 민주당은 돌연 비례의석을 50석으로 줄이고, 그 중에서 연동형 비례의석이 30석을 넘지 않도록 또 다시 후퇴된 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 4년 전에 선관위가 제시한 안에 비해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이 안대로 선거를 하더라도 국회는 그다지 변할 것이 없다.



민주당이 수시로 개혁에 브레이크를 밟으니까 함께 공조하며 그 뒤를 따라가던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이 차례로 다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여기서 우리 정치는 조화로운 국가공동체를 구성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사고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선혈이 낭자한 정치를 그대로 용인하고 말았다. 선거제 개혁이 실패하면 한국정치에서 조화와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면 정치의 효용성이 급격히 저하되며 한국에서도 강한 절대자로 회귀하려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지 말란 법이 없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좌절시킨 힘을 한껏 자랑하며 보수 대결집에 나설 것이고, 이는 자유한국당이 대의정당이 아니라 투쟁집단으로서,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중심 정당으로서 성공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중도 보수세력은 거의 퇴조하고 태극기부대로 일컬어지는 강경 투쟁세력이 당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황교안 대표는 그 강경세력을 자신의 전위부대로 배치하며 개혁중도세력은 설자리를 잃었다. 강경보수로 제1야당이 회귀하는 흐름은 선거제도 개혁의 실패가 초래한 비극적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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