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지난 17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물러나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자리에 국가의전 서열 2위로 현 정부 전반기에 국회를 이끌어 온 정세균 전 국회의장(1위 대통령,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5위 국무총리)을 지명하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국민들 간에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지명권자인 대통령은 “정 후보자는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며, 무엇보다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면서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온 화합과 통합 및 경제 등의 적임자”임을 강조하였다. 더하여 “정 후보자는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쌍용그룹 임원)이며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불 시대를 열었다”는 업적도 덧붙였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직접 찾아 발표한 자리에서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후보자를 환영한다라는 평을,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의전서열은 구시대적인 논란에 불과한 것으로 분권의 흐름에 맞춰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는 총리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에서는 민주주의의 요체인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 하겠다는 독재선언이라고 혹평하였다. 전희경 대변인은 국회의장은 입법권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자리라면서 지명을 한 대통령이나 받아들인 정의원이나 두 사람 모두 헌법과 민주에 대한 개념상실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 국회를 행정부에 가져다 바치는 행위라는 강한 표현으로 지명철회를 촉구하였고, 권성주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삼권옹립을 받아 헌법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며 아무리 인물이 없고 끝없는 인사참사가 두려운 정권이라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인데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를 행정부 2인자로 앉히겠다는 건 국가근간까지 뒤흔드는 것이라 지적했으며,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참여 중인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청와대가 기어이 삼권분립의 분열자가 되기로 한 모양, 청와대 국가를 꿈꾸는 정권을 보며 국정누수가 우려스럽다고 비판하였고,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장이 총리로 진출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비판 내지 당론 등에 대하여 직접당사자인 후보자는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명분 같은 것은 따지지 않겠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민통합에 주력하겠다”는 소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도 삼권분립의 상징적인 지위이고 국가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분을 행정부 2인자의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에 대하여 어리둥절하는 모습이다. 국무총리지명에 대하여 이미 언론에 보도된 당론 등을 필자가 장황하게 거론하는 것을 의아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 임명을 놓고 여론이 그토록 부정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끝내 특정인을 임명하였다가 정의와 상식의 파괴라는 비난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는 불행을 겪은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민주주의 원리와 정신, 민본정치에 어긋나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전문가, 실력, 능력 등보다는 선거캠프에 있었거나 이념코드가 맞거나 당에 기여한 실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세간의 비난 속에 인사 참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및 민본성 등이 확증될 것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획기적인 전환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회전문 인사나 코드인사에서 탈피하여 세계관, 국가관, 국민관, 행정관 등의 개념이 바르게 정립된 인사를 발탁하는 인사행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 중에서 지적한대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임명권자나 이를 수락한 정 당사자 모두가 잘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명권자는 적임인사 발굴에 소홀하였거나 직무태만 하였고 수락자는 지나친 과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없는 것이 아니고 찾지 않았을 뿐이다. 수락자는 끝까지 고사했어야 했다. 국무총리의 자리는 경제부총리의 자리가 아니라 국무를 총괄하고 통리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경제, 소통, 통합 등을 강조한다. 총리관의 오류이다.

국정최고책임자에게 국정 요직을 비롯하여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고자 할 때는 산 정상을 찾으라고 삼가 권한다.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여야 할지를, 어떤 나무(인사)를 심고 가꾸어야 할지를 환하게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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