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내년 4월 총선에 처음 적용될 새로운 공직선거법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선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정당득표와 총의석수를 비례적으로 연계하는 연동형(연동률 50%) 개념의 첫 도입이다. 어떤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는 없지만 2투표에서 10%를 받으면 의원정수 300석 중 최다 15석까지 연동형 비례의석을 챙길 수 있다. 정당득표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의석수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물론 정당득표율만큼 또는 그보다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면 그건 그대로 인정받고 연동형 비례의석은 따로 배분받지 못한다. 사표 방지, 거대정당의 기득권 축소,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확대, 정당 중심의 정치, 다당제 착근과 협력정치 강화 같은 개혁 효과가 기대된다.

연비제 때문에 조명받지 못했지만 19세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춘 것도 시대변화를 고려한 참정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1997년 공약으로 처음 내건 지 20년이 넘어 마침내 실현됐다. 세계적 추세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두루 고려할 때 환영할 일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만 19세가 돼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역의무와 결혼, 운전면허 취득 등 웬만한 일은 만 18세부터 가능했는데 유독 선거에서만 참여 연령이 높아 대학생이 돼도 투표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연령은 만 20세였다가 그나마 2005년에야 19세로 낮춰졌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만 18세는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령이 낮아지자 정치권은 정당별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도 '18세 표심' 잡기에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연령 하향을 반기면서 모병제 도입을 비롯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당은 독재 입법이라며 새해 1월 3일 광화문 장외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한편으론 연동형 의석을 얻으려고 비례용 위성정당도 밀어붙일 태세다. 꼼수지만 법 개정 효과를 반감하며 더 많은 의석을 챙길 수 있다.현재 한국 정치는 청년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고 이성적 판단을 도와줘야 할 기성세대가 오히려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게 현실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린 유권자'가 '어른 유권자'가 독식한 선거판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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