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수 편집국 취재부장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5매의 글을 쓸 수 있는 기자수첩. 기사 형식으로 내보내기 어려운 얘기를 담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새해 첫날 아침, 몇 번을 망설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음 이야기로 2020년 첫 기자수첩을 채울까 한다.

지난 연말 박성수 세종시의원이 돌연 더불어민주당 세종시 총선 예비후보인 이강진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강진의 선거사무장으로서 승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민주당 총선 경선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현직 시의원이 특정 주자의 캠프에 합류하면 온갖 억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의원직을 선거용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비켜가기 힘들다.

박 의원의 생각처럼 시의원으로서 시정활동에 근본적인 지장이 없는 한 선거캠프 사무장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도 헷갈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시의원은 시민의 공복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주 임무다. 시민 대표로 도리 이행을 다짐하던 출마 때의 각오와 당선 초심(初心)을 되새겨 시민의 뜻을 저버리고 되레 엇길의 방종하는 시의원이 돼선 안 된다.

이강진 예비후보도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공약 자문을 넘어 세(勢) 과시용으로 무분별 영입을 하다간 이번처럼 적절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캠프 외연 확장에 집중한 나머지 내실에 소홀한 인상이 짙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강진 예비후보가 어떤 세종을 만들려는 것인지 믿음을 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특정 당 깃발만 꽂으면 세종에선 무조건 당선”이라고 하던 시절도 옛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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