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경자년(庚子年) ‘하얀 쥐의 해’가 밝았다. 흰 쥐는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나 보통 우두머리 역할을 담당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우리의 포부와 각오도 각별하다. 새해에는 그동안 이룬 것보다 훨씬 더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가정이나 기업,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과 마주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해를 맞는 심정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높은 실업률과 고용절벽 등이 겹치면서 취업 연애 결혼 출산 같은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무나 누리기 힘든 사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20대에게는 ‘공정’ ‘기회균등’ ‘계층역전’이 주요 화두였다. 이들이 주목한 화두를 통해 청춘의 고달픈 현실, 팍팍한 일상과 더불어 올해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다는 이 나라 청년들은 취업전선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거창하고 공허한 거대 담론보다 자신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청년수당’이나 단기 일자리 같은 땜질 대책이 아니다. 질 좋은 일자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청년실업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5%에 불과하다. 대기업 노조, 공기업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를 둘러싼 젊은이들의 거부감과 분노가 유독 깊은 이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20대의 불안과 고민을 덜어주고 자유로운 계층이동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과 단절한 채 1.5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으려고 머리를 싸매고 비장한 각오로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야 한다. 2020년이야말로, 공정한 기회와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진다’는 확신을 원하는 청년 세대의 염원에 제대로 응답하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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