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인간은 사회성이 강하기에 잘난 자, 못난 자, 가진 자, 못 가진 자, 모두가 차별 없이 힘께 살아가야 함에도 가정에서부터 학교, 직장, 사회 모든 곳이 성적과 성과, 직위와 재물에 집착하고 권력과 재물로 갑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이런 세상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귀한 것보다 우선해서 기본적 덕목으로 갖춰야 할 도덕과 윤리, 예절을 혼자서만 지켜보았자 잘 살아갈 수가 없다. 사람사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타인을 대할 때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을 대하듯이 평등하고, 공평하고 기회균등한 삶이란 있을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인간에게 유일무이한 신으로 떠받들리고 있는 예수와 석가모니도,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 맹자도 다수의 경쟁자와 적대감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정치의 현실도 개인의 자유와 자율적인 행복추구권을 존중하는 올바른 보수든, 정의와 평등을 절대적 가치이자 신념으로 무장한 진보세력도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아귀다툼이다. 또한 교육계, 법조계, 언론계, 예술문화계, 종교계,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치인, 공직자, 경제인들도 예외 없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리니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치인들과 그 추종자들은 서로 하루가 멀다하고 두 눈 부라리고 이실직고하라며 으름장을 놓으며 당사자와 가족의 티끌 하나까지 속속들이 파헤쳐 망신을 주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듯 하고 있다. 거기다가 국민들까지 양편으로 갈라져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내세울 만한 권력도, 재물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 삶의 현장에서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눈물을 씹어 삼키며 묵묵히 험한 일에 몰두해야 하는 서민들은 분기를 억누르면서 인내심으로 맞서면서 올곧은 삶을 지키려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가.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지도층인사들은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다독여주기는커녕 점점 불안하게만 하니 정상적인 나라인가?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도처에 적(敵)이 널려 있음을 체감한다. 그리하여 다들 한두 번쯤 고민했을 사안이다. 적에게 당한 치욕적인 모욕을 복수할 것인가, 그냥 참을 것인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을 것인가, 용서로 갚을 것인가. 원수를 미워할 것인가, 사랑할 것인가. 이런 난제해결을 위해선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선각자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성(詩聖)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복수는 꿀보다 달다’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성문율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눈에는 눈, 뼈에는 뼈’로 명기돼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되는 되로, 말은 말로’ 갚으라고 양(量)을 적시했다. 해를 입힌 것과 똑같이 되갚아 주는 규칙을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 한다. 라틴어로 ‘렉스탈리오니스(lex talionis)’다. 뒤마의 명작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복수극은 장쾌하다. 14년간의 무고한 옥살이 후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적들에게 시원한 복수를 하는 에드몽 당테스의 활극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당한 사실을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모욕을 보복하려면 먼저 그 분노를 잊어버려라.’고 했고,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도 ‘용서하는 것은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잊는 것이다.’라고 읊었다. 행복론을 저술한 스위스의 사상가 ‘카를 힐티’도 ‘모욕을 주는 사람은 용서하기보다는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했다. 2020년 경자년 하얀쥐의 해가 밝아 왔다. 2020년의 경자년(庚子年)운세는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이라는 기운과지지(地支)의 자수(子水)라는 기운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한다. 여기서 경금이라는 글자는 단단한 것, 노력의 결실, 핵심적인 사람, 널리 울려 퍼지는 것 등을 이야기 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에 일어나는 일은 무언가 성취를 하고 오랫동안 시간을 끌어오던 일들이 결실을 내는 것. 또 잘못된 것이 있다면 큰 벌을 받게 되는 것들을 상징한다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새해에는 정부도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는 진정한 국민주권시대를 열어 실천해 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원칙과 기본이 중시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새해에는 하면 된다는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으면 한다. 새해에는 나 자신을먼저 돌아보고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허술한 매듭은 잘 묶고, 꼬여 있는 실타래는 잘 풀어서 희망차고 미소가 번지는 나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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