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동양일보]최근에 들었던 연수, 읽었던 책, 카페에서의 경험, 도서관의 모습을 통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내가 존재하는 곳이면서 일상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일리는 없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배경처럼 존재하지만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이 오래 머물고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몇 달 전 고교학점제에 관한 연수를 들었는데, 교육과정, 수업-평가, 교원제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시설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게 거론되었다. 그것을 추진하게 위해서는 가변형 교실, 학생의 학습활동 공간 확충, 선택수업을 위한 동선의 최소화 등 전통적 교실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연수를 통해 학생들 각자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 제공을 위해서는 공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학교라는 공간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의 품격’,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다양한 외국의 사례, 그리고 점차 변해가는 국내 학교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편안한 휴식과 소통이 가능한 카페 같은 분위기의 교무실, 예쁜 화장실로 바뀐 후 변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 버려진 곳을 활용해 예쁜 탁자와 의자를 놓아 친구들끼리 대화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사례, 그리고 소통과 함께 개인의 쉼과 일정한 거리를 중요시한 라운징(lounging)과 같은 공간도 눈에 들어왔다.

이런 모든 공간들이 교사와 학생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 배려한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선을 결정하게 하는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카페는 차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곳인데,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를 가지고 가서 차를 마시면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고, 책을 읽는 일이 흔해졌다.

카페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곳만이 아니라, 자신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 공간인 집이나 학교, 사무실을 벗어나 제3의 쉼의 공간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 장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개인은 카페 구조, 외관, 탁자, 색감, 흘러나오는 음악을 포함하여 제일 좋아하는 공간을 선택하면 된다. 자신이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공간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고교학점제에서 그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동선을 갖추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공간인가에 따라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주고 행동에도 변화를 주는 것 같다.

며칠 전 비경쟁독서토론이 열린 충북교육도서관을 가게 되었다. 가변형 책상이라 행사 진행이 편한 세미나실도 좋았지만 그 옆에 카페 분위기의 장소가 있었는데 도서관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더구나, 색깔이 예쁜 푹신한 의자, 여러 형태의 탁자와 의자를 보고 참 기분이 좋았다. 행사 진행에도 활용되었지만, 가끔 졸기도 하고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자유롭게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느새 그 장소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여러 책에서도 도서관의 구조를 바꾼 후 학생들의 이용이 늘고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졌다는 사례를 보았는데 도서관에서의 장면과 겹쳐졌다.

그리고 ‘행복의 건축’에서 알랭드 보통이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 라고 말한 것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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