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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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필수적 장치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放射光加速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청주 등 전국 4~5개 도시가 뛰어들면서 도대체 방사광가속기가 뭐길래 난리냐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방사광가속기는 원자 수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물질의 기본입자를 관찰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 슈퍼현미경이다. 원하는 파장의 빛을 인공적으로 매우 강하게 만드는 장치다. 즉,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시켜 빛(방사광)을 얻는 장치로, 방사광을 활용해 물질의 구조를 관찰하고 성질을 분석하게 된다.

적외선에서부터 X-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만들어 '빛 공장'으로 불린다. 기존의 X선광보다 수백 만~수억 배 이상 밝고 10m 떨어진 곳에서도 단지 4㎜ 정도밖에 퍼지지 않을 정도로 집속도가 높다.

방사광가속기의 활용 분야는 어마어마하다.

우선 단백질 구조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바이러스 구조관찰 등 바이오 의료산업에서부터 나노소자 구조분석, 공정과정의 불량원인 규명 등 반도체 전자산업에 획기적이다.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 개발, 차세대 ESS 소재 개발 등 에너지산업과 질병 진단 나노로봇용 기계부품, 첨단 미세가공 등 첨단기계 부품산업에 이르기까지 활용이 광범위하다.

다시 말하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 신종플루, HIV 바이러스 치료제, 비아그라 등 신약개발에 유용하고 특히 물리, 화학, 생물, 반도체,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탓에 국가 미래 신성장 산업의 견인차 역할이 기대되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려는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는 경북 포항에 방사광가속기가 있지만 지역적으로 너무 한 쪽에 치우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전 중이온가속기 설치 사업이 지체되면서 가속기 사업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시설 사용 수요가 포화 상태이고 방사광가속기 이용자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 중심의 시설추가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첨단 제품 개발을 위한 방사광가속기 설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사업비 1조 원이 투입될 방사광가속기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방사광가속기는 약 20만㎡ 이상 부지에 구축될 경우 연계사업을 포함해 생산유발 5300억 원, 부가가치 3400억 원 등의 경제유발 효과와 함께 9000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니 방사광가속기를 탐내지 않을 지자체가 없을 리 없다. 청주와 춘천, 나주(전남), 인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각 지역마다 자문 또는 유치위원회를 가동하고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적지라고 강조한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수도권과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을, 전남도와 나주시는 전남이 에너지 중심 광역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유치에 나선 충북도와 청주시는 강점인 입지조건을 앞세운다. 충북은 바이오, 반도체, 화학 등 관련 기업 집적지이고 예비후보지 오창테크노폴리스는 지질학적으로 화강암반이 넓게 분포돼 있어 대형연구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나아가 환경평가, 지질조사, 문화재조사 등 사전행정절차가 완료돼 언제든 착공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산업지원 R&D 여건이 우수하고 오창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 청주국제공항도 있어 국제교류가 쉽다.

그러나 일각에선 10년 전인 2009년 강원 원주와 충북 오송, 대구가 경합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때와 같은 과열경쟁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지 선정을 총선 이후로 미뤄 각 정당· 후보들이 선거기간 내내 공약으로 들고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변재일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은 “충북에는 반도체·바이오·소재·부품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 방사광가속기가 있어야 하는 수요처가 몰려 있다”며 “정부가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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