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 한국교수협의회에서 발행하는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국내의 정치상황과 세태를 반영한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발표한다. 1년 전에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의미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지난해 12월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발표했다. 선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최근 정치상황과 세태를 정확히 지적한 사자성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발표돼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공명지조(共命之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로서 생을 함께하는 새를 일컫는다. 따라서 이 공명조(共命鳥)는 한 쪽 머리가 죽으면 다른 한 쪽 머리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이다.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불교경전에 따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한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낮에 일어난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먹었는데, 밤에 일어나는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고 한다. 어느 날 밤에 일어난 머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낮에 일어난 머리에게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였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명지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회지도층을 비롯한 위정자들, 특히 정치인들이 잘 명심해서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국가사회 발전을 도모하고, 공멸의 길을 가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소위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국가백년대계와 정의로운 민주사회 건설과는 거리가 먼 친북색깔론과 지역갈등, 세대갈등을 선동하고, 이기적인 진영논리에 집착해 지지자 끌어 모으기에만 몰두함으로써 국론분열과 대립을 조장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일부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선동에 더 이상 현혹되거나 속지 않는다. 어떤 정책과 법률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똑똑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4월 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민주사회에선 유권자들이 투표로 혁명을 하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유권자의 힘은 그만큼 위대하다. 대한민국 헌법에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주권을 잘 지키기 위해 금년 4월 투표에 꼭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전국교수협의회가 선정∙발표하는 사자성어 외에도 각계에서 새해 소망과 다짐을 담은 사자성어를 많이 발표했다. 각급 기관∙기업체를 비롯한 직장마다 목표달성을 위해 내건 비전과 캐치프레이즈가 있지만 해마다 사자성어를 선정∙발표하는 것은 새해엔 더 강조해서 실천하고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충북도는 새해 도정운영 방향을 경제문제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경자대본(經者大本)‘을, 충북도교육청은 적시의 가르침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살리고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우지화(時雨之化)‘를 선정했고, 청주시는 시민과 더불어 즐거움과 행복을 나눈다는 의미의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세종시는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뜻에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의 ’마부정제(馬不停蹄)‘로, 전북도는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의미의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엿보겠다는 중소기업인의 의지를 담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을 선정 발표했다.

이 외에도 각계에서 선정∙발표한 사자성어는 무수히 많고, 각 개인이 선호하는 사자성어도 부지기수로 많다. 앞에서 살펴본 사자성어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교수협의회에서 선정 발표한 사자성어는 다소 비판과 질책성을 띠고 있지만 목적은 우리나라 국민이 다함께 잘 살고,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계에서 엄선해서 선정∙발표한 사자성어는 새해 소망과 더불어 비전과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사자성어 중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년 한 해 각계의 비전과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실로 짐도 무겁고 갈 길도 멀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힘차게 시동을 걸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나가면 어느덧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찬 경자년 새해, 각계와 모든 국민이 소망하는 꿈과 희망이 다 이루어져, 즐겁고 행복한 웃음이 넘쳐나는 국운융성의 한 해, 만사형통, 운수대통, 일취월장, 소원성취의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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