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집단으로 발생한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확인됐다. 중국 국적의 36세 여성으로, 지난달 우한시를 3박 4일 일정으로 출장 다녀온 사람이다. 그러나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시의 '화난 해산물 시장'을 방문했거나 야생동물을 접촉한 적은 없다고 한다. 다행히 국내 병원이 문제의 환자가 우한시를 방문했고, 증상이 신고 대상 질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조처를 했다. 환자는 현재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이 있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격리돼 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폐렴 유발 원인 병원체 검사에 주력하는 한편 출장 동반자와 접촉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 9종에 대한 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고, 다른 8종의 병원체에 대한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단은 사람간 전파나 의료인 감염의 증거가 없다는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라 위기 단계는 '관심'으로 유지하고, 검역 강화 등 예방관리대책을 철저히 실시하기로 했다.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의 명단을 병원에 제공해 호흡기 관련 증상자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우한시 방문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우한시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은 공항에서 개인별 발열 감시를 받아야 하고 건강 상태 질문서도 작성해야 한다.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시에서 발생한 이번 폐렴 환자가 총 59명이며 이 중 7명이 중증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감염원이나 전파경로는 알 수가 없다. 환자 대부분이 '화난 해산물 시장' 상인들인데 이 시장에서는 야생동물도 도축해 판매하고 있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2002년과 2003년 대륙을 휩쓸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당시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이 사스로 사망했다.

우리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공포를 잊지 않고 있다. 그해 5월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서 같은 해 12월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됐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또한 1만6752명이 격리됐다. 메르스 사태로 사회 전체가 움츠러들었고 관광산업을 비롯해 내수가 크게 위축됐다. 사태 확산 초기에 정부, 보건당국, 의료계의 미흡한 대처로 방역망이 뚫리면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당국이 관련 정보를 제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회 혼란이 극심했다. 당시의 허술했던 대응을 교훈 삼아 혹시라도 이번 질환이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이번 사태가 별일 아닌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쁜 것은 없다. 더구나 설 연휴를 앞두고 이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보건당국은 감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해서 사태가 악화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도 보건당국의 행동수칙에 따라 해당 지역 출입국자는 공항에서 관련 지침을 잘 지켜야 하며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는 바로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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