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나이는 10, 직업은 EBS연습생, 장래희망은 크리에이터(우주 대스타), 고향인 남극에서 헤엄쳐 한국에 왔고, 지금은 EBS 지하 소품실에서 산다. 키는 210cm, 몸무게는 비밀, 성격은 완벽함과 의욕이 넘치는 편이며 특기는 요들송, 비트박스, 판소리이다.

요즘 인기 대세인 펭수의 이력이다.

20194월에 선을 보인지 불과 1년도 되기 전에 구독자 100만이 넘는 인기스타로 우뚝 섰다. 펭수는 사람이 아니다. EBS1채널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에 나오는 자이언트 펭귄 캐릭터이다.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을 받았던 일은 일찍이 없던 일로, 연말 방송 시상식에선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고, 수지와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2020 보신각 제야의 종을 치고, 2019 방송연예 부문에서 BTS를 제치고 1위를 했다.

다양한 셀럽들과도 만났다. 외교부에서 장관을 만나고, 윤도현을 만나 정글의 법칙나레이션에 도전하고, 아나운서와는 스포츠 중계 연습, 이특과 요리를 하고, ‘아는 형님에 출연해 슈퍼주니어 신동이랑 인사하고, 서장훈보다 큰 자이언트 키를 자랑했다. 또 라디오에도 진출해서 여성시대의 서경석 양희은과 놀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펭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린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캐릭터=유아라는 인식 속에서 펭수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는 초등학생들에게 크리에이터 꿈을 가진 펭수의 일상을 공유하자는 것이었는데, 엉뚱한 행동과 돌직구같은 발언으로 의도치 않게 어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 어른이들이 펭수를 좋아하게 되면서, 같은 펭귄과의 뽀로로가 어린이들의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이 된 것처럼, 펭수는 요즘 2030 ‘어른이들의 펭통령(펭수대통령)’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펭수가 가는 곳마다 화제몰이를 하는 인기요인은 무엇일까.

일단 귀엽고 친숙한 외모가 매력이지만, ‘캐릭터 인형은 착하다라는 공식을 깨고, 외모와 걸맞지 않게 깨방정을 떨거나 돌발성 있는 캐릭터 콘셉트로 반전의 매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2030감성을 품고 있어서 공감대가 넓으며 꼰대 문화에 반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할 말들을 직설화법으로 사이다 발언을 해준다. 또 본인 스스로를 연습생이라며 한 단계 낮은 지위를 자처한다. 사는 곳이 지하 소품실이라니 얼마나 하찮은가. 그러면서도 누구를 만나도 할말을 하고 당당하다.

어떻게 보면 펭귄 탈을 쓴 캐릭터에 불과할, 이 펭수가 성공한 것은 캐릭터를 탄생시킨 제작진의 철저한 콘셉트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어 체계적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며, 구독자와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의 특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펭수가 요즘 곤경에 처했다.

펭수와 아무 관련도 없는 제3자가 펭수 상표권을 출원했기 때문이다. 펭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펭수 이름으로 상품을 팔거나 인터넷 방송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난감하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펭수를 탄생시킨 뒤 EBS는 펭수에 대해서 상표 출원을 했다. 그런데 명칭에 대한 출원이 아니라 펭수의 디자인에 대해서만 상표 출원을 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인터넷 방송업, 유튜버들이 지정하는 서비스를 지정해서 펭수와 자이언트 펭TV에 대해 상표 출원을 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EBS도 부랴부랴 상표를 출원했다.

다행히 펭수와 관련한 제3자 상표 출원으로 논란이 일자, 특허청이 부정한 목적의 출원으로 판명되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잠재웠다. 이런 일은 펭수만이 아니다. 38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브 방송 보겸TV’도 실제 제작자가 아닌 제3자가 상표를 출원해 놓은 상태라서 그 결과를 관심있게 기다리고 있다.

상표권은 지식재산이다. 디자인이나 이름은 물론 소리나 냄새까지도 상표로 등록하는 세상에, 창작한 재산권이 공정하게 인정되지 않는다면 미래 지식재산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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