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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7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7
  • 동양일보
  • 승인 2020.01.12 2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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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8월 12일 월요일

잠견자박(蠶絹自縛:누에가 자기가 만든 고치안에 갇혀서 밖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말이 생각난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북조 최초의 나라인 북위(北魏)의 고승 담란(曇鸞, 476-542)의 ‘논주(論註)’라는 책 속에 나오는 말인데 자기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외부세계의 들어야 할 말을 들을 수 없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 무이인(無耳人:귀가 없는 사람)이 되고 보아야 할 것을 볼 수 없거나 보려 하지 않는 무안인(無眼人:눈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는 변태인간의 경우를 지칭한다.

사인(私人)의 경우에는 사정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오로지 자기 소신에 따라 자기만의 세계안에 칩거하여 곁눈질을 하지 않는 고고(孤高)한 삶을 견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인(公人), 그것도 한 국가의 최고위 공직자의 경우에는 용납될 수 없다. 다양한 가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자유로운 국민의 삶을 각자의 자주성, 독립성, 차이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 그것을 국가 전체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과 행복추구를 가능케하는 종합예술적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위 공직자와 그를 보좌하는 핵심공인들에게는 잠견자박은 본인의 정치윤리적 책무이행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위탁된 국민전체의 주권을 훼손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전체를 자기들이 빠져있는 누에고치안에 가두려는 처사는 언어도단(言語道斷: 매우 심하거나 매우 나쁘거나 하여 어이가 없어 말로써 나타낼수가 없는 일)이다.

국민을 반일애국이라는 틀에다 묶으려는 것은 반시대적 잠견자박을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8월 13일 화요일

어떤 한국인 여성학자의 학문적인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되도록 널리 알리고 싶어서 조그마한 국제회의에 모시고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과 장소를 마련했었다.

20여명의 국내외학자들이 노년철학에 관해서 자유롭고 활발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런데 마침 내가 사회를 보던 세션에서 그분이 나에게 노년기의 사고와 인식을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몇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질문은 가짜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과 어긋나는 뉴스라고 대답했다. 평범한 상식인의 입장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분은 “주로 누가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다시 질문했다. 나는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이야기하자면 여당도 야당도 그리고 심지어 청와대도 각자의 이해타산으로 가짜 뉴스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잠시후 둘째 질문을 했다. Me Too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국사회가 오랫동안 지나치게 남성 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들이 여러모로 고생이 심했고 억울한 일이 많았다.

그런데 진정으로 여남평등이 실현되는 쪽으로 사회발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겪어야할 발달과제로써 필요하고 중요한 뜻이 있다고. 그러나 작금의 사태진전을 주의 깊게 보아오면서 과장과 왜곡과 날조의 위험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나의 솔직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질문은 “촛불집회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라고 던졌다.

나는 학자사이의 진지한 의견교환이라는 입장에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수많은 사람들–특히 젊은 남녀들–이 촛불을 들고 정치적 소신을 공개적으로 표시, 주장, 관철하려는 집단행위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발동이기 때문에 그 뜻을 소중하게 존중한다.

그러나 동시에 태극기집회도 열리고 촛불집회와는 다른 정치적 소신을 표출, 주장, 관철하겠다는 집단행동을 공개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참가자수가 더 많으냐라는 측면을 고려하면서도 똑같은 기본권의 발동이라는 점에서 차별해서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와 같은 질(質)의 응답형식의 대화가 있고 나서 얼마후에 어느 지방신문에 게재된 그분의 글 가운데 이날 함께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요약해놨다.

그리고 나에 대해 몇 마디가 적혀있었다. 그 내용은 내가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한국인식이 잘 되어 있지 않고 한국을 폄하하는 보수적이 노인이고 자기는 언제까지나 보수화되지 않고 늘 진보적이 인식과 입장을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글쎄, 나에 대해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80대의 중반을 살아가는 나로써는 보수적이면서 진보적이고 보수와 진보의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게 살아오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리고 학문적인 입장에서 했던 이야기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이 참 유감이었다.



8월 14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타케나카 히데토시(竹中英俊 전도쿄대학출판회 상무이사, 편집국장)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쿄토포럼이 내가 자진해서 그만둔 후 4년 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말부터 도쿄대학의 나까지마다카히로(中島隆博 중국철학과 프랑스철학을 아우르는 비교철학분야의 제1인자)교수를 내 후임으로 영입해서 세계철학대화를 본격시동하게 되었고 지난달에 그 첫째모임을 가졌었다는 최신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해 네 번정도 소인수로 수준높은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나중에 그 성과를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서 출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우선 쿄토포럼이 제대로 방향설정을 하게 되어 안심할 수 있고 더구나 내 다음 쿄토포럼의 학술활동을 주관할 사람이 다름 아닌 나까지마다카히로교수라면 그의 인간적 품성이나 학문적 능력을 잘 알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고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뜻도 전해달라고 말했다.

나 자신은 국가와 개인, 시민사회와 기업, 지역간, 남녀간, 문화간, 종교간 등등 소위 일국내 공공성(Intranational Publicness)을 중요과제로 삼았었고 거기서 생겨나는 갈등구조의 해소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 사이를 넘어서는–between&beyond-공공(公共)의 지평을 열어가는데 심열을 기울였다.

일본에서 여러나라 사람들과 함께 시민주도의 철학대화운동을 통하여 성취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여러가지 이유와 조건과 사정 때문에 전 세계적인 스케일의 공공철학을 구상할 수 있는데 까지는 가지 못했었는데 이제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기반이 만들어졌으니 전 세계적인 스케일의 공공철학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걸맞은 유능한 사람이 참여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며 쿄토포럼의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이루지 못했던 과제가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이 세대간의 공공성의 문제다. 나까지마교수가 공공성의 새로운 차원을 공간적확충–국가에서 세계로–에서 찾으려는데 대비해서 나 자신은 한국을 중심으로 청소년세대와 중장년 세대와 노숙년 세대의 상화(相和), 상생(相生), 공복(共福)을 공동구축하는 철학을 새롭게 엶으로써 공공성의 세대계승생생 (generativity)에 재도전해보려는 것이다.

일본에서 나까지마 교수가 그리고 한국에서 내가 언제나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면서 발전하는 공공(하는)철학을 한층 더 심화, 고양, 확충 할 수 있게되어 기쁘다.

한일간 관계가 정치적 차원에서는 전후최악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일본에도 많이 있지만 연구하는 시민, 철학하는 시민, 대화하는 시민이 주축이되어 보다나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이런 심경을 타케나카히데토시 씨에게 토로했고 뜻을 같이하는 철학대화의 벗들에게도 꼭 전해달라는 말로 반가운 전화한담을 아쉽게 끝냈다.



8월 15일 목요일

오늘은 74번째로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정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 곧 8월 15일이라는 것이 광복절의 국어사전적의미이다. 그리고 광복은 과거에 잃었던 국권을 도로 찾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동아새국어사전 제1판 두산동아).

일본어 사전에는 어떻게 뜻풀이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일본어 사전인 정성판일본국어대사전에는 우선 광복을 1.부흥하는 것, 영광으로 돌아가는 것. 2.일본의 식민지였던 지역에서 일본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것을 지칭한다.로 뜻매김 되어 있고 광복절에 대해서는 (조선어 Kwangbokchol) 대한민국의 축일의 하나, 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지배로부터 해방된 것을 경축하는 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해방기념일이라고 해설되어있다.

한일양국간의 광복적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에서 거행된 74회 광복절 기념 행사에 즈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를 주의 깊게 듣고 나서 느끼는 솔직한 소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고와 인식과 입장이 아직도 해방 전의 독립운동적 발상에 머물고 있고 너무나 과거에 얽매여 있어서 한국과 일본과 세계의 미래구축에 한국적 기여를 구상하고 그것을 관계당사국과 더불어 전향적으로 협력해나간다는 포부와 도량이 전혀 들어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과거에만 매달리고 과거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로부터는, 미래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 21세기의 한국이 대웅, 대결, 대처해야 할 발달 과제가 너무나 많은 이 때에 우리나라의 최고위 공직자의 역사인식과 미래전망이 너무나 빈약하고 비현실적이어서 한사람의 관심있는 시민으로써 자못 걱정스런 염려를 금할수 없다.

정치적으로 해방되고 법적으로 자주독립국가로써의 기틀을 갖추었고 경제적으로도 기적적인 성장발전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영혼이 아직도 충분히 탈식민지화, 탈영토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그의 국정운영이 자못 불안하다.



8월 16일 금요일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하는데 1945년의 시점에서의 역사적 정치적 의미는 무엇보다도 일제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강조하는 자유회복기념일이다.

그러나 해방되고 자유를 찾았다고는 해도 거의 무정부상태였다. 내기억으로는 감격과 불안이 혼재하는 혼돈의 시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948년의 시점에 이르러 되찾은 국권이 정돈되고 나라의 기틀–국민, 영토, 주권+국제적 승인–을 제대로 갖춘 반공자유민주주의헌법에 기반을 둔 국가건설을 국내외에 선포하게 됨으로서 건국기념일이라는 뜻이 보태어졌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자유를 되찾고 나라가 세워지고 가꾸어지는 가운데도 이성과 감성과 의지의 측면에서 서서히 주권국가의 구성원으로써의 긍지와 명예와 책임의 성장, 성숙이 정치발전과 경제성장과 문화창달을 균형잡고 조화롭게 꽃피워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의식을 2016년 8월 15일의 시점에서 영혼의 탈식민지화, 탈영토화를 자성, 자인, 자각하는 계기로 삼자는 뜻을 담고 한일양국의 관심공유자들 사이의 진솔한 대화의 광장을 마련했었다.

동양일보가 기획하고 동양포럼이 주관하는 국내외회의를 몇 차례 개최했고 거기서 나누어진 대화내용을 여러번에 걸쳐서 동양일보에 게재함으로써 널리 일반시민들에게 공개한 바가 있다.

나는 사람이나 나라나 나이 드는 존재–시간적 존재(時存)–라고 생각한다. 나이듦이란 기본적으로 나이에 따른 의식과 무의식과 전의식의 변화, 성장, 성숙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8월 15일의 의미도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뜻이 새로워지고 그렇게 새로워진 뜻이 새로운 인간과 국가와 세계의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데 적극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도량과 포부를 길러 갈 수 있는 계기로서 뚜렷하게 뜻매김 할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2019년 8월 15일 뜻풀이는 한일노년철학 대화를 통해서 생명개벽을 상호자각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의 활명연대성(活命連帶性=Global Web of Mutual Enlivening and Conviviality)을 함께 진솔하게 심사숙고해보고 필요한 실천활동을 시작해 보는 계기로 삼는데서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일본 쿄토에서 제5회 한일노년철학포럼을 일본의 미래공창신문사주최, 동양포럼협찬으로 개최(8월 26~28일)하게 된 것이다. 활명연대라는 개념은 2015년부터 다양한 장소와 기회에 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새시대의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방향으로 설정하고 한일양국의 관심공유자들과 논의 해 왔던 핵심과제의 하나였으나 2019년 8월 15일을 시점으로 보다 깊은 의미탐구와 시민주도의 연대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8월 17일 토요일

8월 15일에는 적어도 광복절과 건국절이라는 두개의 뜻풀이가 필요한데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집권 엘리트들은 한사코 건국절이라는 뜻을 거부, 부정, 말살하려 한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관한 반출생주의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래서 될수있는대로 빨리 철저하게 존재의 흔적을 없애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국가–반(反)대한민국적인 국가상–를 세우려고 역사와 체제와 이념을 완전히 바꾸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탄생을 없었던 것으로 하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거기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반출생주의자들에게 항거하고 그들이 기획하는 새로운 국가건설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거부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친출생주의 라는 입장을 준수한다.

대한민국의 탄생을 민족의 위대한 축복으로 생각하고 그동안의 곤란(困難)극복과 성장발전을 예찬한다. 그래서 광복절이라는 의미이상으로 건국절이라는 의의를 기리고 값지게 기억하려한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그리고 한국인을 철저하게 이분화시키고 타협불가능한 극한 대립, 갈등, 분열을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세대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국가의 출생자체가 민족불행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Hell Korea가 당연한 현실인식일 수밖에 없겠지. 해방 후의 혼돈기를 몸으로 체험했고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나같은 노년기의 인간에게는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의 탄생은 커다란 기쁨이고 희망이고 긍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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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생주의자 2020-02-20 16:17:59
아무 생각 없이 번식하기 바쁜 짐승보단 반출생주의자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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