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옥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주무관

이남옥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주무관

[동양일보]

보고 싶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안 아프시죠? 할머니‧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보고 싶은지요.

오늘도 고민이 생겼어요.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자문을 구하면 뭐라고 하실까요?

할아버지, 기억나세요? 제가 진짜 철이 없었지요.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신데 제가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걸 보며 꾸지람 대신 “남옥아, 저 논에 벼가 어찌하고 있는지 보고 오려무나.” 하셨지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항상 겸손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던 말씀 요새는 잘 못 지키는 것 같아요. 지금 최선을 다하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제가 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다 모르겠어요.

잠시 쉬어가 볼까 하고 제3자의 입장으로 절 바라보라고 했던 동료의 말을 새기며 돌아보는데 그것도 잘 안되네요.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면 투정일까요?

오늘도 너무 힘든데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방학 때면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서 놀던 그 철없던 남옥이가 이제는 커서 그런 거겠죠? 결정해야 할 일이 많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거겠죠? 그런데 왜 갈수록 마음이 무겁고 그럴까요?

오늘은 버스에서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부강을 가신다고 “부강을 얼마나 가야 하나요?”라고 여기저기 물으시기에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씀해드리고 꼭 세워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 할머니께 걱정 마시라고 기사님에게 목적지에 내리게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하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할머니가 고맙다며 정말 환하게 웃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순간 할머니‧할아버지가 저에게 웃어 주시는 것처럼 그 순간 제 마음이 무척 평온해지는 거예요. 아마도 이렇게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손녀에게 환한 웃음을 대신 보내주신 것 같아서 울컥했어요.

할머니‧할아버지!

전 힘들 때마다 항상 하늘을 보면 말해요. “도와주세요! 힘을 주세요.” 그럼 신기하게 정말로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오늘도 무척이나 그리운 할머니‧할아버지. “내 행‧불행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거란다.” 이렇게 말씀해 주실 거죠? 갑자기 저에게 예전에 해주셨던 말씀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불현듯 생각이 났어요.

남들은 어찌 힘듦을 이겨낼지 모르겠지만 전 이렇게 힘들 때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저의 힘듦을 지혜롭게 이겨 내라고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제 할머니‧할아버지라서 감사하고 살아계셨을 때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만나 뵙는 날까지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사랑하는 손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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