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룡 취재부 차장 / 옥천지역 담당

박승룡 취재부 차장 / 옥천지역 담당
박승룡 취재부 차장 / 옥천지역 담당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출근시간 오전 7~8시, 대전에서 옥천 방향으로 들어서는 삼양사거리 교차로에는 아파트 분양 광고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 광고 업체들 간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 좋은 위치에 현수막을 내달기 위해서 대행업체들 간 장소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좋은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간혹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다.

얌체족들은 새벽시간대를 이용해 출근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수해 간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옥천군도 현수막과 광고전단지, 명함 등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군은 ‘불법 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시행해 올해만 총 56만9571건의 불법 현수막과 벽보, 명함 등을 수거해 4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현행법상 지정 게시대가 아닌 다른 곳에 설치된 모든 현수막은 불법이다.

최근 5년간 과태료를 부과한 금액도 1억여원이 넘는다. 이들 모두 아파트 분양광고 관련 과태료다.

억대의 과태료를 물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건설사들이 이들 불법현수막을 내거는 배짱을 부리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유는 불법이라도 현수막 홍보를 통해 아파트 1채를 분양할 경우 과태료를 내고도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불법 광고물이 경관 문제만은 아니다. 교차로 등 회전 구간에 설치한 현수막이 운행 차량과 보행자를 가리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속된 단속으로 불법 현수막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공익적인 홍보가 필요할 때 주민들이 현수막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광고 뿐 만이 아니다. 선정성이 가득한 술집이나 퇴폐업소 문구를 보면 얼굴이 뜨거워 질 정도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불법 현수막에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성 현수막까지 난립 한다면 거부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기존의 지정 현수막 게시대는 현실적으로 광고효과가 적다. 남는 군 유지에만 설치를 해놨기 때문이다.

사실 불법현수막을 내거는 구간은 유동인구가 많아 홍보효과가 큰 지역이다.

불법이 지속된다면 차라리 게시대를 추가로 설치해 허가를 받고 홍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공익적인 현수막의 홍보 효과도 높아 질 것이다.

때론 불법의 현행을 되돌아보며 득이 될 것은 받아들이고 고칠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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