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20%↑…노인 54% 달해
‘무단횡단’ 가장 심각…경찰, 교통약자 중심 환경개선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지난해 충북의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모두 감소했으나 어린이·노인 등 교통약자 사망사고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행자 사고 비중이 큰 것으로 조사돼 보행 환경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9599건으로 2018년에 비해 0.8% 감소했다. 이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95명으로 2018년(221명)보다 11.8% 줄었고, 부상자도 1만5535명으로 전년 대비 1.7%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등이 대폭 감소한 것이 사망자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음주사고 사망자도 2018년 22건에서 지난해 12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륜차와 차량 단독사고 사망자 역시 각각 30.3%, 16.4% 줄었다.

그러나 어린이·노인 등 교통약자 사망사고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도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70명으로 2018년(58명)에 비해 20.7% 증가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38명으로 54.2%를 차지했다. 어린이 사망자는 1명이었다.

특히 보행자 사고 비중이 높았는데, 노인 보행자 사망사건의 약 60%는 ‘횡단’ 중 일어나는 경우였다. ‘무단횡단’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7시께 충주시 문화동 한 삼거리에서 83세 노인이 택시에 치여 도로에 앉아 있다가 다른 택시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9월 1일에도 제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9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노인들이 무단횡단에 나서는 이유는 아프고 힘들어서다. 노인보행자는 횡단보도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과 신호대기 하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느낀다. 걸음이 느린 탓에 보행신호가 끝나기 전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기도 한다. 청주청원경찰서 한 경찰관은 “경로당 교통안전교육 중 노인들에게 무단횡단 이유를 묻자 ‘(다리나 허리가) 아파 신호를 기다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단횡단에 의한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사고 상황에 따라 보행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게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규정속도를 지켜 주행한 피고인이 무단횡단 보행자가 있을 가능성까지 살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지법도 지난해 11월 무단횡단 하던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의 항소심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과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단계적으로 낮추고,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계획을 추진한다. 또 노인 보행자 사고 다발 지역을 분석해 교통시설을 개선하고 보호구역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도내 초등학교 18곳에 과속단속·불법 주정차 무인단속 장비를 설치하는 등 교통약자 보호를 위한 교통 환경 개선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능력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보행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이 필수”라며 “지자체, 교통유관기관과 함께 지역 특성과 연령에 맞춰 교육·홍보, 시설 확충·개선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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