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편집국장 겸 상무이사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편집국장 겸 상무이사]자유한국당이 4.15 21대 총선공약 1호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를 내걸었다.

한국당 ‘국민과 함께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인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반헌법, 반민주적 문재인 정권을 극복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 1호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괴물 공수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처장을 지명하는 공수처는 정권의 비리 의혹 수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정치적 반대자나 공직자에게는 철저하게 보복하는 무소불위의 괴물 수사기관“이라며 ”한국당은 괴물 공수처 폐지 법률안을 발의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1호이자 검찰 개혁의 상징적 법안이다. 지난해 4월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만인 지난해 12월30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수처는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방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됐다.

공수처법은 1954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철옹성처럼 유지돼 온 검찰의 기소독점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13일엔 검경수사권조정법안까지도 통과돼 공수처, 검찰, 경찰이 각각의 역할을 통해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수사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자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원직 총사퇴는 결의했다지만 아직까지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를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와 같은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은폐처, 친문 범죄 보호처라고 강력 비판했다.

한국당이 공수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건 배경은 비례자유한국당에 있는 것 같다. 비례자유한국당을 제 3당으로 만들어 한국당과 합쳐 과반수를 넘기면 공수처법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공수처장 추천 야당 몫을 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이 가져오면 민주당이 마음먹은 대로 못 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음 직하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런 계획은 수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00당‘ 명칭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때문이다. 선관위는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제3항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이 추진해 온 ’비례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 등 ’비례00당’ 명칭은 쓸 수 없게 됐다.

이번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의석 축소가 불가피해진 자유한국당이 이같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보충하려한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아닐 수 없다.

공수처법은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2012년 12월 18대 대선 직전 대표 발의 한 바 있다. 공동발의 의원 13명 중 심재철, 김성태, 김영우, 이군현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 11명이 참여했다. 당시 공동발의 중 한명인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금은 선봉에 서서 반대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공수처에 결사반대하는 한국당에 대해 공수처 대상이 주로 여권 인사들인데 왜 야당에서 반대하는 지 그 속을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국민의 배와 등을 따뜻하게 해줘야 할 야당의 총선공약 1호가 하필 공수처 폐지냐는 황당한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연일 비판하며 날을 세워 온 한국당이라면 총선공약을 경제에 맞췄어야 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아니면 교육정책이나 남북평화, 나아가 통일문제 같은 국가 장래, 국민의 관심과 직결된 분야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여지없이 쓴소리가 나왔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밑도 끝도 없이 공수처 폐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들고나온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국민 다수는 공수처 완전 폐지가 아니라 바로 세우는 것을 원한다며 한국당은 전략과 전술이 부재했고 국민과의 공감 능력도 상실했다고 한탄했다.

감정을 앞세운 공약보다는 국민의 삶과 맞닿은 공약이 국민적 공감을 얻는다는 것을 자유한국당이 실증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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