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수사 관계자, 사과할 기회 지나갔다”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으로 검거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3)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3)씨에 대한 법원의 재심이 결정됐다. 윤씨는 15일 “재심 결정이 난만큼 덤덤하게 법원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청주시 서원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31년 만에 누명을 벗을 기회가 왔다”며 “앞으로 긴 싸움이 될 것 같아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전날 윤씨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 대상 판결은 1989년 10월 20일 수원지법이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이다.

화성 8차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신의 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아 20년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됐다. 이후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윤씨는 이춘재가 8차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시인하자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심요건이 까다로운 형사사건에서 상당히 신속하게 재심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춘재의 자백 등이 명백한 증거가 됐고, 강압수사 등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위조 등 문제가 밝혀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압수사 논란을 받고 있는 당시 윤씨 사건 담당 경찰관과 검사 등 31명은 경찰에 직권남용 체포 및 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으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그들(강압수사 관계자)이 국민 앞에 사과할 기회는 지나갔고, 이제는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춘재에 대해서도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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