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동양일보]인간의 탄생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스럽다. 위대하고 거룩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은 동물 중 유일하게 말과 생각이라는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한다. 조물주가 지구를 창조하고 그 곳에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인간들을 거주하여 살게 함으로써 우주라는 작품은 완성되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인간이 없다면 어떤 상태일까. 무주공간일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가치의 허공일 뿐일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번 태어난다. 일회성(一回性)의 존재이다. 그렇지만 정신적 측면에서 보면 한 번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탄생할 수 있다. 혹자는 인간은 다섯 번, 또는 그 이상의 횟수로 탄생한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사랑을 알게 된 것이 두 번째이며, 신(하나님)과의 만남이 세 번째이고, 죽음 앞에서의 인생에 대한 관조가 네 번째이며, 소명을 자각하고 사명을 다짐하는 것이 마지막 탄생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다섯 번, 또는 그 이상 탄생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는 오로지 한번 태어나지만 정신적 존재(spiritual sein)인 관점에서 보면 마음먹기(정신)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출발, 새로운 사람으로서의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생을 만남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본 시각이기도하다. 그렇다. 인간은 어머니, 사랑(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신의 영접,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떠나는 자리의 아름다운 뒷모습), 하늘의 뜻을 알고 그 뜻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얼마든지 보다 가치 있는 삶을, 보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도모할 수 있다. 인간 모두는 하늘로부터 그런 가능성(possibility과 잠재력(potentiality) 등을 지니고 태어난 것이다.

인간의 존재를 논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정신적인 존재라는 단어는 합리성과 이성 등을 강조하는 단어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인간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사랑하는 내성을 간직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그 내성을 얼마든지 쉽게 동원하여 스스로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인간이 위대해질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치에 적합하게 행동하는 것과 정의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지닌 이치에의 적합성과 정의의 수호성 선호 등이야말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 능력으로 얼마든지 자신을 바로 세우고 시대 및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늘이 인간에게 준 신성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소홀히 하여 방기내지 방치한다면 이는 하늘이 인간에게 준 소명(召命)을 배척하는 것이 된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새해가 밝아온 지도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경자 원단에는 역사적인 만남을 다짐하였고 그 만남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창조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월력위로 시선을 모아 본다, 정치, 행정 등을 비롯한 모든 분야가 본래의 자리에서 본래의 목적 및 존재가치에 적합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공직자들은 공직의 공익성에 맞게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하는 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그들 스스로의 말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자세를 구비하고 있는가. 공공결정이나 인사에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끝까지 고집하고는 있지 않은가 등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모든 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하여 스스로에게 다짐한대로 새해 첫날 자기와의 성스러운 역사적 만남이 불굴의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활 타오르게 하여야 한다.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는 하늘이 인간에게 준 특권이다. 이 특권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2020년 새해를 민본의 장이 되게 하여야 한다. 정·행을 비롯한 각 분야의 책임자들부터 언행이 일치하고 멸사봉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누구보다 국정지도자들이 솔선수범 하여야 한다. 자신을 공인으로서의 사명에 충실한 경자년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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