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화장시설 불허 옥천군, 행정소송서 패소…“부당한 처분”
‘혐오시설’ 낙인에 반려인구 늘어도 동물장묘시설 설치 잡음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주민 집단반발을 부른 옥천 이원면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옥천군의 불허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행정부(신우정 부장판사)는 동물장묘업자 A씨가 옥천군수를 상대로 낸 ‘동물장묘업 영업 등록신청 불수리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2017년 12월 옥천군에 동물화장·납골시설 민원 사전심사에서 ‘가능’ 또는 ‘조건부 가능’ 통보를 받은 A씨는 원래 음식점(근린생활시설)이던 이원면 평계리 도로변의 건물을 사들인 뒤 2018년 8월 묘지관련시설로 용도변경을 바꿨다.

A씨는 모든 시설공사를 마치고 2018년 12월 군에 동물장묘업 등록을 신청했으나, 군은 등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분 이유서에는 ‘화장로가 건축물이 아닌 외부에 설치돼 영업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인근 이월면과 영동 양산·심천면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발생했음도 첨부했다.

A씨는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동물장묘업의 개개시설이 모두 한 건물 내에 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와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의 처분대로라면 현재 상당수 업체가 시설기준을 벗어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돼 법적 안정성과 해당 업체들의 신뢰성을 크게 해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처분서에 명시된 ‘집단 민원 발생’ 내용은 처분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물장묘시설 갈등 깊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사후 복지에 대한 수요 역시 늘고 있으나 동물장묘시설을 둘러싼 업자와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식등록된 전국 동물장묘업체 41곳 중 경기에 18곳, 경남에 8곳이 몰려있다. 서울·인천·대전·울산·전남·제주에는 동물장묘업체가 전무하다. 국내 전체 반려견이 680만마리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동물들이 죽은 뒤 폐기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합법적인 반려동물 사체처리 방법은 3가지다.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다.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장은 불법이다.

반려인 입장에서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쓰레기처럼 버리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장묘업체를 이용하려 해도 거리가 너무 먼 경우에는 불법매립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동물사체를 매립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다.

최근 불법 이동식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장시설을 운영하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차량에 소각로를 싣고 다니는 이동식 화장장은 기준을 무시한 채 불법 운영되고 있다.

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버리는 것이 비인도적이라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막상 동물장묘시설 건립 과정에서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동물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이 같은 주민여론을 외면할 수 없는 지자체는 접수된 허가신청에 불허 처분을 내리고 있다. 업체들은 화장장 등 동물장묘시설이 ‘편의시설’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례나 시행령 등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은 동물장묘시설의 입지기준에 대한 규정이 없고, 동물장묘업의 영업범위와 시설기준, 등록절차만 규정돼 있을 뿐이어서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인식개선과 갈등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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