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헌 청주시 도시재생사업과 주무관

강태헌 <청주시 도시재생사업과 주무관>

[동양일보] 우리 어머니는 저혈압이 있으시다. 심한 병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고령이시지만 운동도 20년 넘게 하셨고 건강에도 관심이 아주 많으신데 왜 걸리셨을까. 참는 인생을 살아오셨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정신이 강하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항상 참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갈등이 있을 때 그 갈등을 회복하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기 위해 무의식이 사용하는 것이 방어기제라고 한다. 방어기제의 종류는 억압, 반동, 퇴행, 합리화, 승화, 동일시, 전치 등이 있는데 딱 봐도 ‘승화’ 말고는 보통 좋지 않은 것들이다. 승화는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갈등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화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사람들이 이상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취미는 대부분 좋은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뭔가를 발산하는 쪽의 취미를 갖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더 좋게 풀 수 있는, 즉 승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좋은 감정들은 풀어야 한다. 쌓아두면 스스로 상처받을 뿐이다. 설령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을 한다 해도 그것들을 뿜어내지 않으면 마음속 어딘가에는 남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발산하는 취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글쓰기, 춤, 음악, 공예 등이 있을 것이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예술 작품에 발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령 요즘 힙합 노래들 가사를 보면 그 사람 인생사‧가정사를 죄다 알 수 있을 정도다.

운동도 좋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포츠나 격투기 등이 발산하는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취미들은 단점이 있는데, 내가 질 때는 화가 더 난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검도를 했었는데 머리 50대 맞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게임이나 낚시, 사격 등도 좋다고 본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야말로 제격이지만 이런 취미들은 너무 빠지면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적절하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감정을 발산한다는 목적으로는 좋지 않은 취미들도 있다. 일단 생각나는 것이 우편, 레고, 음반, 그림 등 수집 목적의 취미이다. 분명히 좋은 취미이고 훗날 돈이 될 수도 있어서 더 좋을 수 있지만 내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해주지는 않는다. 또 원예의 경우는 우리 친구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으니 아쉽다.

애완동물 역시 같은 이치로 살짝 아쉬운데, 우리 누나는 강아지가 두 마리 있는데 강아지 없으면 못 살지만 동시에 강아지 때문에 매일 힘들어한다. 인테리어 등도 좋은 취미이지만 조금 아쉽다. 기껏 장만했는데 함부로 다룰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고로 내 친구는 화풀이로 벽을 쳤다가 벽을 뚫어버린 적이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자신의 짧은 생각이다. 같은 취미여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다 맞는다고 볼 수 없다. 각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취미를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데 써보거나 혹은 이참에 발산하는 취미를 하나쯤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예술가는 아니지만안 좋은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발산할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면 주변에도 좋은 감정을 발산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곧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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