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율곡 이이는 구곡(九曲) 창조의 신이다. 화양동 선유동 쌍곡을 찾지 않고도 1980년대까지도 구곡을 정하게 했다. 창의융합능력을 발휘하게 할 선지적 도술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구곡을 정한 사람들은 창의융합교육학문은 필수였다.

“구곡문화관광특구”와 관련된 인물들이 이룩한 창의융합사례를 보자. 구곡을 정한 사람들은 유교사상을 구곡과 일상생활에 적용했다.

먼저 서계구곡과 옥화구곡을 정한 서계 이득윤(李得胤)의 주역공부 수준을 보자. 김상헌(金尙憲)의 ‘청음집(淸陰集)’, ‘이괴산덕윤만(李槐山德胤挽)’, ‘심어역학(深於易學)’ 즉 ‘역학에 심오했다’라는 주를 붙였다. 덕윤은 이득윤의 처음에 지었던 이름이다. 다음을 보자. 첫째, ‘서계선생년보’에 의하면 50세(1602년)때의 일이다. 조정에서는 ‘주역’에 오류가 많아 주역교정국(周易校正局)을 설치했는데, 선생과 그 아우 이광윤(李光胤1564∼1637)이 교정국원으로 추천되었다. 둘째, 이득윤은 ‘서계가장결(西溪家藏訣)’을 지었다.

셋째, ‘수락기지발문(水落基址跋文)’의 서계구곡의 명칭을 살펴보자. 완역재(玩易齋) 팔괘단(八卦壇)은 ‘주역’에서 따왔다.

넷째, 이득윤의 서계구곡중에 불사천(不舍川)은 ‘논어’ ‘자한’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를 응용했다. 물이 흘러나가는 자연현상을 통해 인생과 학문의 도(道)를 강조했다.

다섯째, ‘서계팔영(西溪八詠)’은 조우인(曺友仁1568~1625)이 이득윤이 정한 서계팔경을 읊은 시이다. 서계팔경도 지금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가양리 수락동에 설정했다. 8개 명칭 중 무극동(無極洞), 완역재(玩易齋), 농환대(弄丸臺), 세심담(洗心潭), 설시헌(揲蓍軒)은 ‘주역’에서 차용했다.

다음 화양구곡 9개 곡의 명칭에 담긴 유교사상과 고사(故事)를 보자. 화양구곡 제2곡의 운영담(雲影潭)이라는 명칭은 주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의 싯구 천광운영(天光雲影)을 응용했다. 제3곡 읍궁암(泣弓巖)은 효종이 승하하자 송시열이 통곡한 바위다. 활은 임금의 죽음을 뜻한다. 사기 봉선서(封禪書)에들어있다. 제5곡 첨성대는 논어위정에 나오는 문장을 응용했다. 제6곡 능운대는 중국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능운지부(凌雲之賦)에서 따온 것이다. 화양구곡 제7곡 와룡암(臥龍巖)은 서서(徐庶)가 제갈량을 와룡이라 평한 내용을 응용했다.

노성도(盧性度)의 연하구곡가에 담은 유교사상을 보자. 연하구곡 제3곡가의 3구를 보자. “선가욕식명명덕(仙街欲識明明德)”의 명덕은 ‘대학’에 나오는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을 응용했다. 제4곡가의 3구 “존심양성소유지(存心養性逍遊地)”를 보자. 존심양성은 ‘맹자’ 진심(盡心) 상(上)에 들어있다. 인간의 본심을 살펴 천성을 수양할 것을 강조했다. 제5곡가의 2구 “성심요수도운림(誠心樂水度雲林)”의 요수는 ‘논어’ 옹야의 “지자요수(知者樂水)”즉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를 응용했다. 제5곡가의 4구는 “사대오상만고심(四大五常萬古心)”이다. 삼강오륜은 만고 불변의 덕목이다. 제7곡가는 “칠곡구암잠벽탄(七曲龜巖潛碧灘), 의연락서완강간(依然洛瑞宛江干). 건곤경득유정일(乾坤更得惟精一), 우후산천기도한(禹後山川幾度寒)”이다.“칠곡이라 귀암 포르란 여울에 잠겨 있는데, 낙서의 상서로움이 강가에 완연하네. 천지간에 다시 유정유일함을 얻었는데, 우임금 이후로 산천은 몇 겁이 지났던가?” 하도낙서(河圖洛書)의 고사를 응용했다. 우(禹)임금이 치수할 때 낙수(洛水)에서 신령한 거북이가 나왔는데, 등에 문자가 있어 이를 토대로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만들었다한다. 이 고사는 제도와 규범이 잘 정비된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노성도는 문명이 흥성하는 시대를 동경하는 마음을 의탁했다. 3~4구는 ‘서경’, ‘우서(虞書)’ ‘대우모(大禹謨)’에 나오는 “유정유일(惟精惟一)”를 응용했다. 노성도는 우임금시대와 같이 인심도심(人心道心)이 정일한 태평성대가 구현되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도심은 정일한데 인심을 정일하지 못하다. 연하구곡 천장봉 산신령은 마음이 정일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특식을 제공하며 정일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2016년부터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여 각계각층에서 창의융합을 강조하며 창의융합교육학문을 강화하고 있다. 유학은 창의융합교육학문이 기본이다. 유학공부를 제대로 하면 모든 분야에서 창의융합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학문은 태양이요 문학은 명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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