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문학작품 51권 출간…충북도내 개인 1위

강준희 선생이 장편소설 '촌놈'에 대해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평생 선비정신으로 삶을 살아온 강준희(86) 선생이 1976년부터 3년여간 신문에 연재한 ‘이단(異端)의 성(城)’을 40여년 만에 재편집해 장편소설 ‘촌놈(정문사 펴냄‧1509쪽‧6만5000원‧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강 선생을 만나보기 위해 찾아간 자택은 아파트였지만, 입구에는 ‘어초재(漁樵齋)’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그는 “좋은 날은 낚시질과 나무를 하고 비가 오는 궂은날은 낮잠 자고 책 읽는다는 의미의 ‘어초재(漁樵齋)’는 세상을 초월하고 공부하며 선비처럼 깨끗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강 선생이 글을 쓰는 서재는 ‘몽함실(夢含室)’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는 “‘몽함실’은 꿈을 먹고 사는 방이라는 의미로, 작가는 이상(理想)과 꿈을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부연했다.

좌우명을 청명(淸名‧깨끗한 이름)으로 정하고, ‘하늘 무서운 줄 알자’를 개인적으로 꼭 지켜야 할 사훈(私訓)으로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강 선생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선비작가‘ 그 자체였다.

강 선생은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이번에 출간한 ‘촌놈’을 포함해 현재까지 51권의 문학작품을 펴내 충청권역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인 발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촌놈’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3‧15 부정선거에 이어 4‧19 혁명을 거치며 기자와 택시기사로 일하는 한 청년의 고뇌와 사랑을 글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지조 있고 성품이 깨끗하고 굳음을 일컫는 ‘개결(介潔)’한 삶을 희구하는 선비가 가야 할 길을 주인공 석우진을 통해 담아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소설 내용은 민주주의가 움트던 시대에 촌놈 지식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소설 속 고향으로 설정된 충주 천등산 자락 송강리와 수안보온천 등 친근한 배경을 설정했다“며 독자들에게 재미를 더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 선생은 ”독자가 소설책을 전부 읽어보면 ‘촌놈’ 속 주인공 석우진이 누구라는 걸 잘 알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 선생의 평소 신념과 철학은 불우하게 보냈던 어린 시절을 거울삼아 한결같이 ‘청렴’과 ‘지조’, ‘개결’, ‘경개(耿介‧깨끗하고 지조있는 선비)‘를 지향하고 있다.

5권짜리 소설 ‘촌놈‘은 집안 사정으로 중‧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야학에서 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 강 선생 제자인 정문사 이정문 대표가 수천여 만원에 달하는 출판비용을 자비로 부담했다.

또 40여년이 넘도록 궤짝 속에 처박아 둔 원고를 반강제로 빼앗다시피 가져가 손수 컴퓨터 작업으로 수정과 교열을 반복하며 5권짜리 ’촌놈‘ 출간을 도와준 이대훈 전 한국교통대 교수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강준희 선생은 “‘촌놈’은 우직한 시골고라리(고집 센 시골 사람)가 뜻을 굽히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멋진 가난한 부자’ 이야기”라며 “석우진 같은 젊은이가 대한민국에 천 명 만 명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선생은 연보(年譜) 맨 마지막에 ‘아, 이제는 생존인이 아닌 생활인이 되고 싶다. 간절히....’라고 썼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연보 마지막 한 줄은 요즘 세태를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준희 선생이 왼쪽 눈을 실명한 채 마지막 열정을 쏟은 ‘촌놈’은 현대사회를 살아나가는 민초(民草)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책 출간과 관련, 문의는 강준희(☏010-2669-3737) 선생에게 연락하면 된다.

충주 윤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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