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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취옥백채(翠玉白菜)를 생각하면서
유리창/ 취옥백채(翠玉白菜)를 생각하면서
  • 동양일보
  • 승인 2020.01.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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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충북도교육청 비상계획팀 주무관
이준기 충북도교육청 비상계획팀 주무관

[동양일보]2019년이 지났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해를 보낸다는 서운함’과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나 자신을 조급함과 서글픔의 바다로 내 몰았다. 그 조급한 마음에, 사무실에서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는 후배를 대만으로 데려갔다.

첫날부터 비가 왔다. 우산으로 버티려 했으나,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화로 2000원 짜리 우비를 사서 입었다. 그럼에도 흐르는 빗물에 신발이 흠뻑 젖어버렸다. 질벅거리는 운동화를 신고, 날씨를 탓해야 하는지, 준비가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지 한참을 망설였다.

같은 일행으로 딸기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나서 “대만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살겠다”라고 말해 모두들 웃고 넘어갈 즈음, 찰기 빠진 쌀밥에 “도대체 먹을 수가 없다”라며 연이어 불만을 토로하셨다. 소주를 팩으로 가져와서, 반주로 팩에 빨대를 꽂아 ‘소주를 쏙 빨아’ 드신 아저씨 취기가 대만에 대한 투정과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차량에 울려 퍼졌다.

특별히 대만을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장개석의 국민당이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으로 대륙에서 쫓겨나오면서 자금성(紫禁城)에 있던 각종 유물을 가지고 왔다기에 고궁박물관은 꼭 들르고 싶었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고궁(故宮)’은 단지 옛날 궁전이라는 뜻의 ‘고궁(古宮)’이 아니고, ‘사라진 왕조의 궁전’, 곧 ‘명・청대 황제가 거처하던 궁궐’인 자금성(紫禁城)을 가리킨다고 한다.

전시유물 대부분은 1000여 년 전 송나라 초부터 수집되어진 것이고, 70만점의 보물을 3개월 주기로 교체하고 있으며, 모든 유물을 보려면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고장 출신 나영석 PD가 제작한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가 유럽을 다녀온 다음 대만을 다녀갔다. 이곳의 보물이 얼마나 대단 했으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출구만 찾고, 그늘만을 좋아했던 백일섭 할배가 해설자만 따라다녔겠는가! 이곳의 수많은 예술품 중에서도 최고 인기 전시품은 단연 ‘취옥백채(翠玉白菜)’이다. 청나라 광서제의 부인 ‘근비’가 결혼할 때 가져온 혼수품이라고 하는데, 흰색과 청녹색이 혼재된 다소 급이 떨어지는 옥을 가지고 배추를 연상하여 만들어졌다. 배추의 흰색은 순결, 청녹색은 청렴, 그 윗부분 이파리에 있는 여치와 메뚜기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 절묘한 조화와 섬세한 조각으로 중국 본토에서 반환을 요구하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하며, 과거 한국의 대기업 A회장이 작품을 보고 감탄해 “얼마면 팔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가 “제주도 정도와 맞바꾼다면 혹시 모르겠다”는 정중한 거절을 들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이다. 대만 여성들은 결혼할 때 ‘취옥백채’와 같은 모양으로 된 반지와 액세서리를 받는다고 하는데, 옥(玉)이 주는 희소성과 아름다움, 취옥백채(翠玉白菜)에 담긴 다산과 번영을 몸에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작품을 보는 모든 이가 탐을 내는 ‘취옥백채(翠玉白菜)’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원재료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어쩌면 버려질 수도 있었던 혼재된 색상의 옥(玉)을 절묘하게 살려 최고의 보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창조정신을 닮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제, 2020년이 시작되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의 파도 속에서 우리 모두는 어떠한 시련과 고통을 겪어야만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떤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봐야 할까! 바다건너 만났던 대만 고궁박물관의 ‘취옥백채(翠玉白菜)’의 아름다운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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