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증평 죽리초등학교 교장

이혜선 증평 죽리초등학교 교장

[동양일보]지난해 여름방학의 일이다. 전국청소년민속경연대회 참가를 위해 난타 방과후 강사와 협조하여 여름방학 사물놀이부 방과후학교 특별프로그램 강좌를 만들었다. 방학이라서 신청만 해놓고 안 나오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0명 안팎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 뜨거운 여름 방학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참석했나요? 선생님께서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글쎄요. 아이들이 기특하네요. 일찍 와서 악기도 배열해놓고 오자마자 저희들끼리 연습하고 있는 모습도 예뻐요.”

이튿날에도 다른 캠프와 겹쳐 오지 못한 한두 명의 아이들 빼고는 모두 참석했다. 사물놀이 강사와 난타 강사가 첫날 작품을 거의 완성해 놓고 작품을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모듬북을 치는 3명의 6학년 단원들의 연주 모습은 벌써부터 노련함이 배어 나왔다. 그동안 난타 수업에서 익힌 실력이 빛을 내기 시작한 모양이다.

연습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 주면서 잘된 점과 고쳐야 할 점을 알려주며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마지막 날 연습에선 첫 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또 한 번 더 놀랐다.

사물놀이 강사도 “초등학생 강좌는 처음인데 아이들이 참 기특해요. 수업 시작 전에 6학년들이 동생들과 함께 팀별로 연습하고 있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아요”라고 칭찬했다.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무더운 여름도 잊은 듯 저마다의 사물악기가 어우러져 어깨를 들썩들썩, 고개도 끄떡이며 신나게 연습했다.

개학 후 학습발표회와 경연대회를 위해서 사물놀이 작품을 다듬기 시작했다. 10월 말경에 학습발표회 첫 번 순서로 화려하고 웅장한 사물놀이 공연이 무대를 장식했는데, 옷도 갖춰 입으니 금상첨화였다.

11월 둘째 주 토요일. 마지막 연습 장면을 봤다. 자리 배치와 자세 등을 꼼꼼히 점검하며 사물놀이 강사와 난타 강사의 지도에 집중하며 아이들은 연습에 열중했다. 함께 어우러지는 소리와 자세가 제법 조화를 이뤘다. 경연대회에서도 연습한 대로 하면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드디어 3·4학년 8명, 5·6학년 8명 등 16명 단원들은 전국청소년민속경연대회에 출전했다. 첫 출전에도 불구하고 평소 연습한대로 기량을 뽐내며 마음껏 연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심사위원들도 동영상을 찍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진행된 시상식에 장려상부터 호명이 시작됐다. 동상, 은상, 금상에도 우리 학교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그때.

“사물놀이 죽리초등학교 대상!”

“와아!!” 우리 아이들의 환호성이 식장 안을 가득 메웠다.

학교 정문에 참가자 명단과 함께 축하 현수막을 높이 달고 동문회에서는 축하한다며 읍내 두 곳에 현수막을 달아주었다. 학부모님들이 거리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며 기뻐서 사진을 찍어 학교에 보내 주시기도 하였다.

시상식 일주일 후 대상을 받은 기념으로 마을광장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였다. 마을 주민들과 우리학교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공연을 펼쳤다. 구경 나온 어르신들은 “와! 얼쑤! 잘 한다! 신난다!” 연신 손뼉을 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선생님들의 따뜻한 가르침의 열정과 아이들의 배우려는 의지가 참 아름다운 소리가 죽리 마을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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