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국회의원에겐 면책특권이 있다. 아울러 불체포특권도 있다.

면책특권은 정치공략으로부터 신분을 보장받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 달라는 보호막이다. 100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와 수시로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체포특권 역시 국회의원 신분 보장용이다.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도 회기중에는 함부로 체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만일 체포됐더라도 국회가 석방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지체없이 석방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국회의원 신분을 엄격하게 여겨 정당한 정치활동을 보장해 주자는 취지다.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너나할 것 없이 국회의원이 돼 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는 국회의원 스스로 이런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호언도 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특권이 비리와 부정의 방패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 것이다.

입안에서 술술 녹는 곶감을 마다할 국회의원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겠는가. 어떤 말,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는 전가의 보도를 포기할 의원,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특권을 내려놓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압박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특권은 그 자체로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의해 필요성이 인정돼 부여한 특권이기 때문에 무조건 백안시해서는 안된다. 그런 특권으로 인해 국민민복이 실현되면 그것만큼 소중한 가치도 없다. 유럽의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자전거 타고 등원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 나라, 그 지역의 현실에 맞게 제도를 잘만 운용하면 문제가 될 게 없다.

문제는 국민이 준 면책특권을 오·남용하는 것도 모자라 악용해가며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과 여론분열을 획책하는 행위에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과 관련한 여러 억측이 그렇다. 월간조선 출신 문갑식은 ‘문갑식의 진짜TV’라는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거론하며 각종 특혜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청주게이트’로 포장한 이 영상은 마치 청주를 비리의 온상인 양 묘사해 청주시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문 씨는 교통사고로 입원중인 터미널사업자를 병문안 한 김정숙 여사 등이 함께한 사진 한 장을 고리로 삼아 공세를 폈다. 물론 전후 사정을 모르고 그 사진만 보면 누구나 확증편향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문 씨는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내렸지만 청주고속터미널측은 그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 현재 서울 서부지검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씨 파문이 어느 정도 가시는 듯 싶더니 이번엔 자유한국당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의원이 들고 나왔다. 곽 의원은 지난해 청주시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지만 국감 때 ‘폭로’는 없었다. 마땅한 ‘거리’를 찾지 못해서일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런데 곽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갑식 씨와 별반 다름없는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도 그 사진 한 장은 등장했다.

곽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지인이 청주복합터미널 부지 구입으로 5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어 특혜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여사 지인이 폭리를 취했으므로 거기에 김 여사가 개입했을 거라는 식이다. 곽 의원은 다음날 시세차익을 사업비 5000억원으로 슬쩍 정정했다.

청주시와 청주고속터미널측은 곽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한 입장문을 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터미널측은 곽 의원을 상대로 금명간 명예훼손혐의로 사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곽 의원은 노태우 정권때 인권침해사건이었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수사를 맡았었고 박근혜 정부 때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전 정권과의 관계가 있더라도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간여한 만큼 입은 절제되고 무거웠어야 했다. 면책특권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 비열하게 비수는 꽂지 말았어야 했다.

항간엔 4월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공천이 어려울 것 같자 공천 눈도장을 찍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도 덜도 말이 필요 없다. 문 씨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면 게임은 ‘끝’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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